아버지 : "너는 한 번 수화기를 들었다 하면 보통 두 시간을 끌던데
지금 전화는 겨우 45분으로 끝났어. 어찌된 일이냐?"
딸 : "잘못 걸려 온 전화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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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 "You usually talk on the phone for two hours. This call
took only 45 minutes. What happened?"
Daughter : "Wrong nu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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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몇 마디]
나는 가끔 전화가 여자를 위해서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여자가 전화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우리 집 아줌마도 매일 전화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인지
하루라도 친정과 동생들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 날이 없다. 아마도 안
중근 의사가 살아 계시면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는 휘호를 "하
루라도 수다를 떨지 않으면 전화기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數多 電話
生荊棘 일일불수다 전화생형극)"이라고 바꿨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3남 2녀의 맞이니 남동생이 둘 여동생이 둘인데도 전화는 여동
생과 어머니한테만 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동생이라도 남동생
들은 말 상대가 되지 않고 여동생과는 같이 수다가 통하는 것이다.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나한테 꼭 확인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어디서
전화온 데 없느냐?"는 것이다. 신랑 식사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누
구한테 전화 온 것은 꼭 확인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확인사항이 또 하
나 늘었다. 이메일 좋은 것은 알아가지고 매일 들어와서 이메일을 확
인하고 없으면 "이 녀 ㄴ 들이 왜 메일도 안보내고 제랄이지..."이러
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녀 ㄴ 들은 매일 이메일만 보내라는 법이
있어?"하고 약을 올린다.
지금은 전화기도 많고 전화비도 싸져서 마음놓고 걸어도 되는 좋은 시
대다. 그런데 70년대에는 전화가 재산목록에 들어갔었다. 전화를 신청
하려면 전화국에 빽이나 있어야 빨리 나왔다. 그리고 전화 없는 집이
많았다. 그 때에는 '식모'라고 가정부가 있는 집에서 가정부가 주인
몰래 고향집으로 시외전화를 해서 전화비가 많이 나온다고 전화기에
자물쇠를 채우고 난리를 쳤다. 멀리 고향을 떠나와서 남의 집 살이를
하니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겠는가. 그 당시에는 시외전화 요금은 초
단위로 올라간다고 해서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고는 절대로 걸지 못하
게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 시간은 보통이니 세상이 좋아진 것이다.
옛날의 여성들은 우물터에서 모여 주로 온통 수다를 떨었다. 빨래를
하러 오지만 실은 빨래보다는 동네 소식을 들으러 오는 것이다. 우물
터가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보는 우물물과 함께
마을 전체에 뿌려지는 것이다.
또 시장에를 가면서 수다를 떨었다. 나도 어렷을 적에 어머니와 함께
10리나 떨어진 장에를 따라간 적이 있다. 좁은 동네길을 벗어나 신작
로로 접어들면 3,4동네 사람들을 다 만난다. 그러면 예의 여자들의 수
다가 시작된다. 이 수다가 몇 사람을 거치면 살이 붙고 몸이 불어나서
전혀 엉뚱한 얘기가 되어 화제의 당사자에게 돌아온다. "갑순이와 갑
돌이가 그렇구 그런 사이랴."가 "갑순이가 갑돌이 애를 뱄댜."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동네 우물도 사라졌고 10리길을 걸어서 시장에 갈 일도 없어졌
다. 이제는 전화통이 정보교환의 수단이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기구
가 된 것이다. 꼭 할 말만 하고 끊으면 얼마나 좋은가. 걸었다 하면
기본 한 시간이고 길면 두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리 왜 그렇게 수다를 떨까? 여자는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중추부분이 발달해, 자신의 감정이나 스트레스
를 말로 표현하는 표출적 컴뮤니케이션에 강하다고 한다. 여자는 뇌
를 사용할 때 남자에 비해 우뇌를 자주 사용한다. 우뇌는 언어표현이
나 감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남의 얘기 등에 감정을 실어 말로 수다를
떨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지하철로 출근할 때가 있는데 남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같은 시
간대에 지하철에 많이 있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확연히 구분이 가는
지 참 신기하다. 남학생은 둘이 만나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런
데 여학생들은 둘만 타면 수다가 시작되고 셋이 되면 지하철이 떠나가
는 것이다. 즉 여자의 수다는 신체 구조적인 것이라서 나이가 필요 없
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레방아는 물이 있어야 돌아가고 풍차는 바람이 불어야 돌아간다. 그
러나 여성의 혀는 물이 없어도, 바람이 불지 않아도 돌아간다. 조건
에 관계없이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의 사고
(思考)는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혀끝에 있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여자의 수다가 항상 물의만을 일으키고 남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만
은 아니다. 생기발랄한 소녀들이 재잘대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즐겁
다. 또 우리 말에 "여우랑은 살아도 곰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다.
."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집에 들어 왔을 때 그래도 상
냥한 웃음으로 수다를 떨면 그 날의 피로가 풀릴 것이다. 어떤 모임에
갔을 때 그래도 여자들이 사이 사이 끼어서 수다를 떨면 훨씬 분위기
살고 그 모임이 즐거워진다.
이 느티나무도 수다 하면 여자들을 능가하는데 나도 뇌검사를 좀 해봐
야겠다. 혹시 여자들처럼 우뇌가 더 발달하지 않았는가. 지금 이렇게
손수다를 떠는 중에도 전화기의 벨소리는 계속 울려댄다. 아줌마 살
을 뺀다고 등산을 갔는데 입이 간지러운 여자들이 계속을 전화지ㄹ(?)
을 해대는 것이다. 나는 또 아줌마 들어오면 전화온 사실을 보고 해야
한다. 그러면 득달같이 전화해서 "야, 너 나 없는 새 전화했다면서~~"
로 시작해서 전화통 불이 나는 거지.
오늘도 전화통화가 몇 시간이 될지... 여자의 전화는 중요한 본건이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난 후에 시작된다. "그래 잘 있어. 아, 참 그런
데 말이야...", "또 만나! 아니 얘 참 내가 전화한 건 말야..."이렇게
여름철에 소불알 늘어지듯이 길어지는 것이다. 전화왔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면 뽀록나서 "당신, 동생이 전화했다는데 왜 전화
했다는 말 왜 안했어요?"하고 달려들텐데. 아고 내팔자야.
자, 이제 수다맨 여기서 수다를 멈추고 전화에 관한 유머를 하나 소개
한다.
펠튼은 전화회사에 가서 그의 집 전화에 연결시킬 50피트짜리 연장코
드를 신청했다.
"어째서 그렇게 긴 코드가 필요합니까?"하고 직원이 물었다.
"이제 여름철이 되었으니 우리 딸아이가 뜰에서 좀 많은 시간을 보내
줬으면 해서요."
이 유머는 좀 오래 된 것 같다. 지금은 무선 전화는 물론이고 핸드폰
이 있어 이렇게 긴 코드로 연결해서 집안의 전화를 밖에 내놓을 필요
가 없는 것이다. 내용으로 봐서 어린 딸인데 벌써 전화를 많이 사용하
는 것 같다. 그래서 전화기를 밖에다가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 집 딸
도 벌써부터 수다 기질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