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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 포와 천연염료 ♣


BY wynyungsoo 2002-03-09

춘 포는 봄에 짜는 베라해서 작업이 주로 봄에 이루워진다고 하며 우리의 조모님 어머님들께서 고된 시집살이에 설음을 베틀에 앉아서 음률로 토해내는 아낙들의 고뇌의 삶에 회한들을 구성진 가락으로 표현하며 시름을 덜었던 넋두리가 바로 베틀 노동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삼베라 하면 닥나무를 키워서 성장한 다음 채취해 잎을 모두 떼어내고 큰 가마용기에 푹푹 삶으면 흐믈흐믈 삶아진 닥나무 피를 벗겨 말려서 실로 형상화되기까지의 작업을 마쳐서 심실을 뽑아 베틀에서 짜낸 조금은 거칠거칠한 원단이 이름하여 신토불이 삼베가 아닌가.

그러나, 춘 포는 닥나무 재료가 아닌,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들이 하루에 잠을 네 번씩 자면서 성장하여 고치로 형성될 시기를 맞으면 누에가 힘겨운 작업으로 쉼 없는 율동을 거듭하면서 지은 번데기 집이 바로 누에고치로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면 누에고치가 완성되면 누에는 완성된 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변모하여 성인병 예방의 약제로도 탁월한 효과가 증명된 바이니 성인병에 노출된 세인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또 누에고치를 삶아가며 뽑아낸 실이 바로 춘 포를 짜는 재료인 명주실이라 하며, 또 실이 원단으로 완성되면 현대 존칭으로는 실크라고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전전세대의 선조이신 아낙들은 베틀에 앉아서 춘 포를 짜기까지의 포인트 작업, 실이 형성되기까지의 그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일일이 한 쪽 무릎을 세워놓고 머리카락 같은 섬세함의 명주실의 끝의 가닥을 일일이 찾아 연결하는 과정을 전적으로 무릎을 이용해서 침을 발라가며 실 끝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무릎에 군살이 배기고 마치 발뒤꿈치같이 단단해 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TV화면에서 만남 장면은 실 끝 가닥의 연결 작업을 무릎이 아닌 신 도구를 이용해서 실의 끝 가닥을 연결하는 작업을 시청하면서 난 그냥 절로 안도의 숨에 내 숴 지면서, "그래 바로 저거야! 누가 고안을 했는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격세지감을 절감하게 하며 아련한 추상으로 달려가게 했다.

춘 포의 실을 만들 때에는 치자 물을 들여서 실을 완성시켜놓으면 봄이 미소인 연 노란 개나리 꽃 색채로, 천연염료의 쪽빛으로 탄생이 된다고 한다. 하니 그 오련 하고 잔잔한 미소의 실을 베틀에 안아서 짜는 어르신의 모습에도, 인자하신 안면에도 오련 하게 봄의 미소가 베인 듯한 느낌이니 베틀에 앉으신 어르신의 품위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신토불이 삶의 역사를 한 눈에 보는 듯 해서 내심 뿌듯했으며 한국인의 근엄하고 고귀한 여인상이 바로 이 모습이라고 새삼 인식을 하게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을 한다. 우리 집에는 내가 고이 간직하고 있는 물건 중에는 어머니의 유품인 모시한복 한 벌이 있다. 흰색의 모시한복은 그 당시 풀을 빳빳하게 먹여서 곱게 다림질을 한 그대로의 상태로 지금까지 보관을 해 두고 있는데, 오랜 세월을 지낸 어머니의 모시한복은 세월의 흔적으로 접어놓은 솔기마다 짝, 짝 갈라져 있는 것을 꺼내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 당시는 미련한 생각에 어머님의 체취와 체온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그 고운 모시한복의 몰골이 마치 가위로 잘라놓은 것 같은 형상으로 누렇게 변모한 빛 바랜 모시한복을 내려다보면서 목이 메이며 미련한 자신의 생각을 내심 힐난하게 꾸짖으며 애써 스스로 위안을 하기도 했다. 참 장년시절 노리끼리한 생모시 한복에 쪽찐 모습의 두상이 유난히 반듯하고 예쁘셨던 어머님의 자태를 상상하면서!!...

그리고, 또 그 옛날 그 시절에 어머니께서는 명절을 며칠 앞두고 엄동설한 깊은 밤이면 홍두깨에 명지 천을 돌돌 말아 감아서 밤이 이슥토록 자근자근 방망이질로 명지 천에 살을 입히며 날 밤을 하얗게 새시던 아주 바지런하신 어머니의 손놀림이 문득 새겨지는 시간이기도 하니.. 인자하신 미소가 눈에 밟히며, "얘! 막내야" 하고 부르시는 환청까지 들리는 듯!...

참으로 우리의 것! 신토불이 삼베나 춘 포의 미소인 천연염료의 원조 원단을 감히 사랑하고 싶다고... "우리의 것! 신토불이가 최고인 것이여!... 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머님의 체취와 체온은 상기시켜 준! 방송프로그램 제작팀님들게 깊은 감사를 올리는 바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