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째서 내 성적표에 이름을 서명하지 않고 X자만 적어 넣었서
요?"
"선생님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서 말야. 아버지가 글을 읽고 쓰고 할
줄 아는 집 아이가 어떻게 돼서 성적이 그 모양이냐고 생각할 것 같아
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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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 why did you sign my report card with an X instead of your
name?"
"I don't want your teacher to think that anyone with your grades
could possibly have a father who can read or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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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많은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얻어서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어떤 고3생들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
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나! 이 세상에 그 무엇이 목숨과 바꿀만큼
소중하단 말인가?
누구나 학창시절에 성적표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
다. 적어도 학급 1등이나, 전교 수석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나도 역시 공부에는 재주가 없어서 방학 때 성적표를 주면 부모님에
게 보여주지 않고 미루고 미루다 부모님이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거
나 아니면 개학 날 아버지 도장을 몰래 꺼내서 찍어다 제출했다. 그런
데 성적이 더 안 좋은 학생들은 친구들한테 도장을 빌려서 거꾸로 찍
고, 돌려 찍고 난리를 쳤다.
이렇게 부모님에게 보여주지 않으니 학교에서는 우송을 한다. 그러면
친구들과 연락망을 만들어 놓는다. 누구라도 먼저 받는 사람이 연락
을 취해서 집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자기가 받을 수 있게. 그러면 선생
님들은 전부 한 날자에 보내지 않고 몇 사람씩 나누어서 보내서 교란
작전을 쓴다.
그래서 공부를 않는 학생들이 점수를 올리려고 개발한 것이 컨닝이다.
영어로는 치팅(cheating)이라고 하지만 '교활하다'는 뜻을 가지고 콩
글리쉬 '컨닝(cunning)'이 우리에겐 더 친근하다. 이 컨닝의 역사는
시험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길다. 인간이 있는 곳에 시험이 있고 시험
이 있는 곳엔 부정행위가 있다는 말인가.
조선시대 유생들이 목숨을 걸었던 과거시험에도 부정행위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공자,맹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이라서 부정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부정을 저질렀
다. 과거의 여덟가지 폐단(科擧之八弊)이라 하여 남의 글을 베껴쓰고
(借述借作), 과장에 책이나 쪽지를 갖고 들어가거나(隨從挾冊), 세도
가의 자제들은 과거 시험장에 글을 대신 써 줄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거나(入門蹂躪), 시제가 사전에 유출되기도 하고(赫蹄公行), 대리시험
을 치는가 하면(換面出入), 답안지를 바꿔치고(換券換書, 呈券紛遝),
밖에서 답안을 작성하여 들여보내고(外場書入), 시관을 매수하는(字軸
恣意幻弄) 부정행위가 있었다. 그 외에도 특정인의 답지를 알아보게
하거나, 응시생이 많아 채점관이 답지를 다 못 읽을 경우를 대비해 먼
저 내서 득을 보려 하거나(旱呈), 응시자 신원을 가리기 위해 답안을
옮겨 적은 후 채점하는 시험에서는 필기 서리를 매수하거나(易書用奸
), 콧구멍 속에 소위 컨닝 페이퍼를 숨기기도 하였다(義盈庫). 심지어
는 합격자의 답지에 부탁받은 사람의 피봉을 바꿔 붙여 부정합격시키
기도 하였다(竊科).
또 숙종조에 과거시험장으로 자주 쓰였던 성균관 반수당에서는 안에
새끼줄이 들어있는 대나무통이 묻혀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학자들은
이를 외부에서 작성한 답지를 시험장 안으로 전달했던 장치로 보고 있
다. 한마디로 요즈음에 일어나는 시험부정행위와 유사한 방법들이 과
거시험에서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복을 차려입고 상투까지 한 젊잖은 유생들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서 컨닝을 했을 것으로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요즘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행해지는 시험부정행위(cheating)에
는 쪽지(책, 노트)사용(cheat sheet, crib), 답 베끼기, 전달, 답 훔
쳐보기, 대리시험, 문제유출, 문제 미리 빼내기, 손바닥이나 책상에
답 쓰기 등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통신에 의한 부정행위도 적발돼
서 이제는 시험장에 삐삐나 핸드폰은 휴대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학업부정행위는 그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문화와 지위, 남녀노소, 동서
고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팔 소매 안에 들
어갈 만한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진 아주 작은 책 두 권이 발견되었는
데 이는 300여 년 전 명나라 시절 과거시험에서 시험부정을 하기 위
해 만든 책으로 밝혀졌다.
미국에는 시험 부정행위가 없을 것 같지만 그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부
정을 한다고 한다. 언젠가 오성식과 같이 영어회화 강의를 진행하는
리자(Lisa)라는 아가씨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별 희한한 방법이 다 있
어 같이 진행하는 오성식이 포복절도를 하더라. 신발 바닥에다 쓰기,
여자들의 팔둑에다 쓰고 옷으로 가리기, 허벅지에 쓰고 짧은 미니를
입고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보기, 다리에 쓰고 스타킹으로 가리기 등
등 많기도 많더라. 리자는 자기는 해보지 않았고 다 들은 얘기다라고
하면서 잘도 줏어 섬기었다.
최근에는 IMF사태 이후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좋은 성적
을 받기 위해서 더 부정행위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대학에
서는 "부끄러운 A학점보다 떳떳한 F학점이 더 낫다."라는 웃지못할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면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모두 이렇게 부정행위가 만연되어 있는
가? 아니다. 육사에서는 '명예제도'라고 해서 무감독 시험이 실시되고
있으며 심지어 고등학교에서도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학생들은 점수에 목을 매는데 교수들의 소홀한 채점과 평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몇 백명씩 수강을 하는 과목 등에는
조교를 시켜 채점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때 들은 얘긴데
어느 교수는 주관식 답안지를 던져서 떨어지는 거리 순으로 A,B,C학점
을 준단다. 즉 답안 내용을 충실히 많이 쓴 답안은 무거워서 가까이에
떨어지니 A학점이라는 것이다. 또 어떤 교수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답
안지를 날려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학점을 준다는 야그도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시험감독을 들어오는 선생님이 그렇게 부러웠다. 학
생들은 1점이라도 더 점수를 맞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데 감독하는 선
생님은 한가하게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시험을 볼 일은 없
지만 나이가 들으니 그 때가 그립다. 다시 젊어진다면 시험이라도 보
고 싶다.
오늘도 전국에 많은 학생, 각종 수험생들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가까이에는 아들녀석도 등교하는 차 안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점수가 뭐길래? 아! 언제나 시험 없는 시대가 오나.
끝으로 잼있는 유머 두 개 소개한다. 요즘 부시와 닮은 원숭이 사진이
돌아다녀서 반미시위 TV뉴스에도 나오더라. 누가 만들었는지 부시의
사진과 원숭이를 합성해서 잘도 만들었다. 그런데 부시가 학교 다니며
공부를 하지 않아서 자주 유머에 오른다. 그래도 집안의 후광으로 미
국의 명문 예일대학을 나왔다.
조오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교인 예일대학교 졸업식 연사로 초청
되어 가서 "평균 C학점을 받은 학생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들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서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요즘 미국 학교에서 컨닝이 심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한 라디오
커미디언은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나도 예일大를 다닐 때 컨닝을
했습니다. 그러나 딱 한 번밖에 안 했습니다. 왜냐구요? 내가 답안지
를 베낀 그 친구가 나보다 머리가 더 좋지도 않더라구요. 그 친구가
조오지 W. 부시였거든요!"라고 해서 청취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전국에 계신 아컴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