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복날이었죠.
이제껏 살아오면서 복날이라고 제대로 챙기고 산적이 없던 터라 어제는 웬지 마음이 다르더군요.
귀여운 강아지가 복날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춤(?)을 추는 아주 예쁜 카드를 남편에게 이메일로 보냈죠.
내용인즉슨, 오늘 복날이니 힘내고, 일찍 올 수 있으면 시어른들 모시고 삼계탕집에나 가자는 거였습니다.
자기 부모님들 모시고 가자는 거니까 얼씨구나하고 전화를 합디다.
삼계탕이래야 기껏 한 그릇에 8,000원 정도고, 아들녀석까지 다섯식구래도 50,000원 미만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구요.
게다가 분당의 먹자골목은 또 얼마나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많습니까? 좀 붐비리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얼마 전에 냉면 한 그릇 먹자고 냉면집을 몇 군데 전전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땐 일요일 저녁이었으니까요.
(그러고보니 그때도 시어른들 모시고 나간 자리였네요.)
어제가 비록 복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평일이어서 별다른 생각없이 나섰던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몇 십년 전통이라는 그 삼계탕집은 아예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차를 대는 일은 고사하고, 번호표를 나눠주다못해 무한정 발급해줄 수도 없는 일이다보니 주인이 돌아가시라고 권하고....
그래도 모처럼들 찾아온 (어른들 모시고 나온 집이 상당히 많더군요) 길이라 그런지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까지.
우린 미련없이 돌아섰지만, 다른 여타 삼계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삼계탕을 못 먹게 된 이들이 다른 대체 음식점을 찾느라 줄줄이 나서서인지 음식점 주변들은 그야말로 교통지옥.
삼계탕집을 허탕치고 나와서도 차를 금방 뺄 수 없어, 길거리에서만 40분을 그냥 허비하고.....
결국 아버님의 제안으로 갈비집으로 향했습니다. 갈비는 따로 철이없어서 그런지 그래도 거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4~5만원 예상하고 나간 저는 꼬박 그 3배의 값을 치뤘네요. 그래도 모신 나간 자린데, 삼계탕집 허탕쳤다고 그냥 돌아올 수는 없었으니까요.
시부모님들은 아주 흡족해하시고, 7시에 나가서 9시가 다되어 식사를 마친 것도 개의치않으십디다.
냉면집에서 시아버님께서 사실 땐 이런 저런 불평을 하시더니, 어젠 며느리지갑에서 돈이 나가 그런지 의외로 잠잠.
식사를 마치고 어른들 댁에 모셔다드리고 우린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이 그럽디다.
"더위가 싸악~ 가시지??"
황당한 지출에 미안했는지 남편이 제게 농을 합니다.
"그래.... 내가 다시 복날에 삼계탕집 가자고 그러면, 내가 성을 갈거야. 다신 복날엔 아무데도 안갈꼬얏"
이번 일요일엔 시어머님생신 모임을 중국집에서 갖기로 했는데, 어머님께서 식사중에 그러시긴 하셨어요.
그냥 다른 곳으로 잡아도 괜찮으시다구요. 아무래도 예상치않게 갈비집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게 걸리셨나봐요.
그래도 시어머님생신모임이라 모처럼 중국 코스요리 정해놓은 걸 또 어떻게 바꿉니까?
이래저래 돈이 부서지게 생겼지만, 생전 안하던 짓(복날 챙겨보는 거)하려니까 아픔(?)이 있었네요. 후후..
다들 어제 삼계탕 한그릇씩 잘 드셨나요? 다른 이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새삼 궁금합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