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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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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입학


BY 이재조 2002-03-04

여동생의 딸이 오늘 초등학교 입학을 했다

나보다 네살이나 어린 여동생이지만..
인생살이는 나보다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차마 나는 조카의 입학식에 가보질 못했다
눈물없기로 소문난 나지만..나 사실은 잘운다
분명 8년동안의 별의별일들이 마치 오래된 필름돌아가듯
돌아갈것이 뻔하고 주책없이 눈이 빨개질것이 뻔해서
친정엄마와 우리 아이만 보냈다
점심에 남편과 가겠노라고 말을 하면서..

여동생과 나는 자매다.세상에 그야말로 둘도없는 자매다
어릴때는 철없이 톡톡 다투기도 많이했지만,
그건 뭘 모를때 이야기고..지금은 너무나 친하다
친하다기 보다도 ..모든것을 둘이 해결해야할 어느시점부터
둘은 친해진것 같다.

기약없는 남자의 사랑을 믿고,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그 남자의 아이를 않고 나타난것이 8년전
그때 내동생 나이22살이었다
갓 태어난 조카는 태어난지 보름도 되지않는 여자아이였다
말 그대로 강보에 싸여 배냇짓을 하던 그 여자아이가
오늘 입학을 하는것이다

아빠도 없이,그저 외할머니와 뭘모르는 우리 아이의 축하를 받으며
초등학교에 가는것이다.아..그 아이의 엄마도 있지..내 동생

어쩜 그리 무모하게 용감한것인지..
그아이 하나를 둘러싼 그동안의 시간들이 정말 꿈만같다
도저히 아이를 키운다는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싶어
아이를 영아원에 맡기고 부모 포기각서 까지 쓰게한 나였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그 아이를 다시 찾아오기까지
참으로 고통이 그런고통이 있을까 할만큼 괴로웠다
태어난 아이보다 내여동생이 더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랬던것인데 그것이 더 고통만 깊게했다
결국은 그 아픔속에서 아이는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고
지금은 조용한곳에서 조용히 그야말로 조용히 살고있다

문득문득 우리집에 오는 그애의 얼굴을 보고있노라면
안?榮募?생각보다는 밉다는 생각이 자꾸만 더 드는건 왜인지
그애가 왜 미운가
내동생이 못된것이지..
잘해줘야지 하면서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잘해줘야지 하면서..말은 그렇게 안나간다..

무뚝뚝한 이모부가 뭐가 좋은지
잠든 이모부 발도 만져보고 ,얼굴도 만져본다,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단다..

지금도 나는 뭐가 옳은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건지도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