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삼십대였던 우리부부..
하얀 백지위에 우린
다섯식구들의 나이도표를 그려 보았다..
큰애가 9살..둘째가6살..막내가 1살..
우리부부 그 도표를 보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마냥 신기해 하고 있었다..
"어머..우리 나이가 사십되면 큰애가 고등학교 입학하네?"
"그러게.."
"어머..막내도 그때되면 초등학교 입학이구..세상에나.."
한참 삼십대라는 말이
제법 익숙해질 그 무렵에 바라본
내 나이 마흔을 난 마치
남의 중년의 모습을 훔쳐보듯
마냥 멀게만 느끼며 도표위에
그려진 미래의 우리를 잠시 그렇게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우리에겐 다가오지 않을 먼 미래처럼..
너무나 멀게만 느꼈던 바로 그 세월이
어느덧..어느덧.. 이렇게 소리없이 흘러서
7년전 나이도표를 보면서 흥분했었던
바로 그 나이가 지금 되어 있으니..
그렇게 세상 모든 만물들은
쉬지않고 참으로 부지런히도
흐르고..돌고..움직이고 있었구나 싶다..
7년전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던 큰딸은
벌써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었고..
유치원을 다녔던 둘째애는 6학년이 되어
키가 어느새 언니만큼 불쑥 커버린 둘째녀석..
언제나 우유와 기저귀를 떼나하며 걱정하던
그 막내녀석은 어느새 자라서 학교를 간답시고
오늘 드디어 즈 언니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식을 하게 되었다..
7년전 도표에서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내 나이 마흔에 말이다..
세상의 모든 호기심으로 가득한
새까만 아이의 그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솟아 오르는 감격 한편으로
뭐라 말로 표현할수 없는 착찹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때 이 철없는 엄마는..
첫아이 초등학교 입학식때..
난 마치 내가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아이보다 더 마냥 들떠서 쉬 흥분을
가라 앉힐수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습다 못해 난 아마
아이를 키운게 아니라
아이를 만들었다고..
하는 표현은.. 어떨까 싶다..
그런데 지금의 이 기분은
전혀 그때와 다를수 밖에 없었고
달라야 됨을 이젠 알게 되었으니..
내 나이 마흔에 말이다...
큰애가 첫 학교문을 내딛을때..
난 마치 단거리 달리기 시합을 하듯
몹시 흥분하며 금방이라도 내아이가
선두에 나서 테이프를 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나 아이앞에서 조급함에 안절부절했던가..
그렇게 짧고..쉽게..가는 길이 아닌것을..
단거리경주가 아닌 장거리 경주임을..
억지스런 나의 이기적인 발상만 열심히 따라갔을뿐..
그렇게 한해한해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른 지금에선 그져
허무한 나의 웃음만 멤돌고..
이젠..
눈가의 주름속에 여유로움을 애써 감추고
검은머리속에 잘 숨겨진 흰머리처럼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채찍도 잘 숨겨놓는
지혜를 깨우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세월이 나의 미련함을 혼내는구나..
이제는..
아이의 앞이 아닌,
아이의 등뒤에서
바라볼수 있는 여유와
게으름의 지혜를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
.
바로 내 나이 마흔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