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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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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수준.


BY 雪里 2002-03-01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날 바쁘게했다.
그이의 조끼와 겉옷을 챙겨 건네고, 나도 한겹의 겉옷을 걸쳐 입었다.

"얼마나 추울까?"
"춥긴요,많이 풀렸을거예요.절기가 있는데..."

겨우 나흘을 떠나 있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조금은 흥분담긴 마음으로 착륙하는 비행기의 바퀴닿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떠날때 보면서 모두들 감탄사를 만들어냈던 공항의 웅장함이,
오래전에 싫다고 가버린 남자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것 같은 마음이되어 쳐다보며 들어선다.

그랬다. 너무 흡사했다.
인천공항은 홍콩공항을 너무 흡사하게 흉내내고 천연덕스럽게
서 있는 것이다.
난, 배반당한 여인이되어 씁쓸한 미소로 그를 뒤로했다.

"지구상에 하나뿐인 우리공항을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것을...."

어두워지기 시작한 고속도로에서,
끝을 놓지 않는 자동차의 불빛들은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폐업을
알려주고 있었고,
도로옆의 도시들은 보고온 "홍콩의 야경"이
무색하게 화려했다.
한마디씩 한다.
"우리나라가 더 멋있어!"

까만 창에 얼굴을 대고 내다보니 비춰진 일행들의 표정이 갖가지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
삼십년 가까이의 시간을 뒤로 돌려놓고, 남편과 만났던 얘기로
즐거워하고 있는 몇몇사람.
동참하지 않았어도 그들의 얘기는 내게 가끔 웃음을 만든다.

"우리나라도 관광산업에 신경써야해."

"우리나라만한 자연을 가진 나라도 없어."

"중국이 두려울만치 추격해오고 있는데 우린 뭐하고 있는거야!."

"심천의 의상쑈는 이미 미국도 앞지르고 있었어요."

"우리 주부들이 나라를 위하는거?"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최고의 가치지.!"

"정치꾼들 빨리 정신 차려야 나라가 살아."
.......

어느새 모두의 한마디 한마디는 현재로 돌아와서 나라를 염려하고,
또 사랑하고 있었다.
언제나 처럼 우리들은 모두 애국자가 되어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떠나봐야 고마움을 안다는 옛말처럼.

초저녁 잠이 많으신 어머님도 안주무신채 환하게 거실을 밝히고
아버님과 나란히 앉아 기다리고 계셨다.
무사히 다녀 왔냐고 물으시는 어른들의 얼굴엔 안도감까지
담고 계신게 보인다.
"영규가 몇번이나 전화 했더라. 늦더라도 전화 걸라더라."
"네!"

놓고 갔던 휴대폰을 찾아 켜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엄마? 언제 오셨어요?"
"방금."
"잘 다녀오셨어요? 몸때문에 고생은 안하시구요?"
"응, 염려덕에 잘 다녀왔어."
"기념품은요? 홍콩도 들르셨지요? 쇼핑천국인..."
"응! 헌데,아무것도 안샀어. 쇼핑천국은 맞는것 같은데 엄마완 수준이
안맞아. 돈만 있으면 여기서 사지 왜 거기서 사?"

"아참, 허리가 아파서 파스사서 붙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