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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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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이야기 6


BY 밤하늘 2001-03-22



작은 바구니 하나를 만들고 있다.

타원형의 바구니인데.. 손잡이도 달렸고.. 옆몸통 부분은 천을 조각조각 이어붙이는 것이라 참으로 손이 많이 간다..

천만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어붙인 것들은 다 누벼야 하므로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성질이 급한 나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것이다.

엄마가 물었다..
"너 그 바구니 같은거 만들어서 뭣하게?"
"응, 나랑 최서방 나중에 늙으면 혈압약 넣어놓을 바구니야.."

그랬더니.. 엄마가 막 웃는다...
병실에 있다보면.. 이 병실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다 내 일이 안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할머니의 병실에 할머니랑 동년배인 할머니 한분이 다시 입원하셨다.

다리가 안 좋으셔서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우리 할머니에게 아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 할머니는
"불쌍타.. 불쌍타..."
를 연발 하시며.. 나에게도 아들의 존재유무를 물어오셨다.

"저도 딸 뿐이에요.."
하자...
할머니는 불쌍하다는듯.. 나의 손을 잡고 겨울이라 거칠어진 손등에 눈물까지 떨구실듯 침통하게 바라보셨다.

"새댁.. 꼭 아들 낳아.. 딸은 아무 씰데가 없어.. 아들이 있어야 혀..."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하고 말씀드리자...

"왜.. 수시로 낳으면 되는걸.. 나는 아들 다섯에 딸 하나를 두었지.. 그리고 아들 둘은 잃고 셋 남았어...자꾸 자꾸낳다보면 아들 하나 걸리겠지.."

할머니께는 손부가 되는 며느님을 보신 지 꽤 되었다는 첫째 며느님도...
치과 의사를 한다는 둘째 아드님 내외도...
전이며 튀김을 맛나게 한 소쿠리 부쳐오셔서 나도 옆에서 덩달아 포식하게 해 주셨던 칠칠한 막내 며느님도...

다 다녀가셨다...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서 오순도순 정답게 티부이를 보고 계신다...

이렇게 편찮으시니 아무도 돌볼 사람이 없어 간병인이 오시는 할머니를 보자.. 마음이 허전하다..

"할머니.. 아들도 없고 남편도 없는데 무슨 똥배짱이야.. "
했더니.. 할머니가 웃으신다...

바구니는 아직도 완성이 덜 되었다...
다른 작품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건 쉬엄쉬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