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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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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달님


BY pulsi12 2002-02-27

정월대보름날 달집 지어놓고 소망하나 얹어 연 도 걸고
집안에 우환거리가 있는 집 은 비원하나 적어서 새끼줄에
천원짜리 지폐까지 걸어놓고
흔히 말하는 삼재가 낀 사람들은 속옷에 이름을 적어서
달집 속에 꼭꼭 숨겼다가 달이 뜨고 달집에 불이 붙으면
손을 합장해서 입으로 중얼 중얼 비나리를 하는 풍경이야
예전 부터 많이 봐온 풍경이라 생경스러울것도 없지만
어제 대보름날 어마어마하게 크게 지은 달집을 구경갔다가
구청에서 제일 높으신 양반도 나오고 청년회의소 회장이며
고문이며 아파트 부녀회장이며 등등
이웃 아파트 사람들까지 합세해서 온 동네가 시끌벅적 한데
달은 이미 뜨서 한발이나 올라왔는데도
도대체 달집에 불을 붙일 생각도 않고
마이크를 들고는 기관장들 소개하기 바쁘고
고사상에 올려진 웃는 돼지입에 지폐물리기가 뭬 그리
바쁜지 거적대기위에서 한다하는 양반님네들이
시커먼 양복을 쏘옥 빼입고는 절을 코가 땅에 닿게 하자마자
홀랑 벗겨놓은 돼지 입에 시퍼런 지전을 꽂는건 좋다 치자
하마 하마 달집에 불을 붙일랑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만 입이 한발씩 나왔겠다
밤바람이고 바닷바람이라 추운것도 참고 민속놀이 구경삼아
어린 꼬마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 부터
자손들 비손하랴 노구를 이끌고 나오신 할머님들
풍물소리에 예전 잊혀져간 향수가 그리워 나오신 할아버님들
그리고 중년의 부부들이
하늘에 뜬 달 한번 쳐다보고 달집앞에서 벌어진
고사지내는 모습 쳐다보고
발을 동동 굴르고 해봐도 형식이 중요한건지
대충하고 말면 될것을 끝날만 하면 어디서 포르르 날아와서
시퍼런 지전 흔들면서 자기도 고상한 양반축에 빠지면
덧날듯이 하는 품새로 봐서는 아무래도 달이 중천에
뜨야 달집을 태울란가 싶더란 말이시
에라~~~~`
뒤를 보니 천막을 군데 군데 쳐놓고 막걸리에 두부한모 1000
오뎅 1000원 적은곳이 있는거라
저놈의 식 이 끝날때까정 목이나 축이자 싶어
막걸리 한병에 두부한모 곁들여진 김치들고 둑 에 앉아서
훤한 달 한번 보고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생두부에 김장김치 얹어 먹어보니 그 맛이 일품이라
새끼들 비나리 하러온 에미라서 내 손에도
속옷나부랭이가 있었겠다
비닐봉투을 놓칠새라 꽉 쥐고 커억 트림을 하면서
고사지내는 풍경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자니
어떤 나이드신 할아버님이 역정을 내시면서
뭐라 뭐라 고함을 치시고 계셨다

- 보소 보소 달 이 중천에 떴는디 뭔놈의 절 을 이지꺼지 하고 있노
달집은 운제 태울랑가 -
그러자 모인 군중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던지고
뒤꼭지가 근질근질 했던지 이제 불 붙이는 의식을 한다나
그러거나 말거나 달집을 보아하니 대나무를 꺾어서
빙빙둘러놓은것이 불만 붙었다하면 타탁타탁 튈것은 뻔하고
불 근처 접근은 불붙고도 한시간이나 지나야 될것 같아서
얼추 빈 막걸리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휘적 휘적 바닷가로
걸어갔다
잔잔한 바다위에 뜬 달이 왜 그리 예쁜지
막걸리로 알딸딸해진 마음에 와락 눈물나도록 감동스러워서
혹시라도 달 건지러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라도
날까봐
다시 휘적 휘적 달집으로 향하는 순간
달집에 불이 붙어 거대한 불기둥이 솟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달을 가리고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고 벌건 불기둥이 치솟자
빙 둘러섰던 군중들이 쉴새없이 합장하고 중얼 중얼 하는데
장관이 아닐수 없었다
나도 질세라 바람결을 피해 서서 빌고있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가 자꾸 쭝얼 쭝얼 크게 하시는 바람에
헷갈리기 시작했다

-소원성취 ~~~`저 물건너간 우리 딸년 소원 성취
에따 달님 서울에사는 막내아들 소원 성취
그리고 누고 누고 큰아들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뭐시기 아범도 소원성취 ~-
이래가며 팔을 양껏 벌려 합장하고 하는데
옆에서 보니 너무 우스워 할말을 다 잊었단 말이시
에라 안되겠다 싶어서
무리에서 빠져나와 다시 바닷가로 나와
혼자서 중얼 중얼 달 보며 ?p마디 비나리를 하고
들어왔는데
남편 왈
-달보고 소원빌러 간다더니 얼굴이 와 그리 뻘겋노-
-불에 익어서 뻘겋다 아인교 소원이 하도 많아서
넘 많이 빌어서 그런갑네-

우짜든지 올한해 둥글 둥글 모서리 없이 누구나가
행복한 한해 넉넉한 한 해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