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새벽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그 적막한 고요를 깨고 목청껏 울려댔다.
여보세요.
아무말이 없었다.
끊었다.
다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자그마하게 여보세요 하는 상대편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남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또 아무말이 없었다.
수화기를 내렸다.
세번째 벨이 울렸다.
설잠에서 깨면 짜증이 나는 도가도는 이렇게 외쳐댔다.
여보세요오?
전화를 했음 말을 해야할 것 아냐?
그렇게 숨소리만 내면 뭐 어쩔건데?
그랬더니, 뭐라고 중얼거린다.
잘 알아들을수 없어 예? 했더만,
여기에는 올릴 수 없는 말을 해댄다.
순간 열이 치밀어 올라,
미친놈, 개지랄하고 있네.
했더니, 그쪽도 욕을 한다.
전화를 끊었다. 다시 벨이 울렸다.
나는 아예 코드를 빼버렸다.
극도로 떨리는 긴장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집에 대해 잘 아는 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 산지 2년째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울 셋만 산다는 것을 알고 해꼬지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안을 둘러보았다.
긴 로션병이 무기가 될만해 보였다.
낼부터는 망치를 머리맡에 두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지겨운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로션병을 머리맡에 두고 누웠다.
방한쪽은 유리로 된 미닫이이고,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기 때문에 검은 그림자가 보이면 바로 로션병으로 머리를 칠 생각이었다.
목소리가 체력이 약하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듯한 목소리여서 로션병으로 몇대 치면 끝날 것도 같았다.
그러나, 따뜻한 방바닥 때문에 이내 내 긴장감은 스르르 녹아들고,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꿈속에서 그놈이 목욕탕문으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그 놈을 막 때리는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또 이 하나가 살짝만 잡아당겨도 빠질 것 같이 흔들리는 꿈도 꾸웠다. 정말 개꿈이지?
우리집은 마당은 엄청 넓은데, 울타리도 대문도 없다.
그래서 차들이 우리집에서 유턴을 할 때가 많다.
밖에서 차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봄, 마당에서 휙 나가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랬더니, 친척어른중에 한분이 사람이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는다고 꾸중을 하신다.
나보고 어찌라구요~
한번씩 밤12시쯤에 우리집마당에 주차를 하는 차가 있다.
괘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집안에 어른이 없다고 내 허락도 없이 주차를 하는 것이 괘씸코,또 동네사람들이 지나가다 마당에 있는 차를 보고 생과부집에 왠 남자가? 하는 불경한 생각을 할까봐도 괘심타. 남자어른이 없는 이 현실에 그 야밤에 나가서 왜 니맘대로냐고 따지기도 무섭다.
그냥 잠자는 척하고 모르는 척 한다.
아구구, 오늘밤에도 전화가 옴 어떡하지?
그럼, 정말 나를 아는 사람이란 증거가 될까?
음란전화는 첨 겪어보는 일이다.
남편이 있었음, 그냥 1회성으로 지나쳤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격지심인지 자꾸 신경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