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떠났다.
모든것 벗어두고 훌쩍 이렇게 길을 나섰다.
무엇때문이지. 곁에있는 가장 가까운 이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해서 정말로 큰 맘먹고 용기를 내어 떠났다.
신새벽 서울행 기차를 잡아탔다.
왜 꼭 서울행이었는가하면, 그 이유는 대구에서 젤루 오래갈 수 있는 곳이 4시간짜리 서울행이기 때문이다.
편도 4시간, 왕복 8시간,
이 시간의 반을 나는 책을 읽는데 보냈고, 그리고 나머지 반은 생각을 하는데 보냈다.
출발할때는 깜깜해서 암것도 보이지않았고,
다만, 창가에 환영처럼 나의 그림자만 보였을뿐...
창에 스친 나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속에 나도 참 많이 변했나 보다. 생각을 해본다..
겉모습만 변했을까? 아니다. 예전엔 참 여리고 순하던 나였는데 아이를 낳고 생활을 하면서 많이 오염되어갔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나도 사랑한다.
인제, 다른사람을 향해 빗장을 걸 정도는 아니니깐,
먼저 손내밀고, 때론 펑퍼짐하니 주저앉아 담소정도는 나눌줄 아니까,
이렇게 나는 세상의 일원이 되어가는 거겠지.
이렇게 나이 들어 가는거겠지..
아침이 오고 동터오르는 가을의 대지를 보면서
그리고 부산하게 출근을 서두르는 낯선도시의 낯선사람들을 보면서 생소하게 삶의 활기를 느낀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집 한권과 단행본 한권을 샀고, 내가 가지고 갔던 4권의 책중에서 너무나 오래보고 많이보아서 낡아버린 2권의 아끼는 시집을 그 가판대 아저씨에게 맡겼다..
나의 친구가 바쁜 시간내어서 꼭 찾아가 주기를 바라면서...
연락없이 훌쩍 왔다간 것을 나무랄지 모르지만, 왠지 지금만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싶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대전에 잠시 정착.
그곳에도 시집한권을 흘렸다. 그 또한 안지 얼마 안되는 친구가 찾아가 주길 바라면서..
왠일인지..
주고오는 나의 마음은 가볍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찾아가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줄수 있어서 나는 기쁜 맘으로 돌아온다...
나는 지금 부산역앞 pc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생전 첨으로 들어왔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자가..
인제 이 여행에서 돌아가면, 열병처럼 앓고있는 계절병일랑 싸악 잊어버리고 다시 수더분하고 털털한 아짐이 되어야 할까부다.
그리고 제쳐둔 나의 자리를 찾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