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무언가 성취해야 한다는 마음때문에 결혼 20년 넘게 늘 서성이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뭐 뚜렷이 징표를 남길 마한 것도 없으면서 무언가 내 자신을 그대로 놔두면 안된다는 압박감에서 놓여 나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11월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 자신의 삶에 기침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은 뭔가 성취하는 것보다는 사소한 즐거움, 작은 웃음소리 같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우리 엄마 늘 남을 의식하고 체면이며 모양새 갖추느라 온 신경을 다 쓰신 분이었고 그 때문에 사실 불편한 것도 많았으니까요. ...그러면서 내 주변의 배움이며 자질구레 한 내 마음의 텃밭같은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덜 정리된 서랍처럼 찜찜함도 남지만 말예요.그리고 식구들을 위한 주부의 본분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사실 우리 얘들은 인스탄트를 좋아해 살과의 전쟁을 치룬 뒤였던고로 엄마로서의 뉘우침도 있었어요. 거기까진 좋았는데 두 아이 방학에 명퇴한 남편 이 식구들 밥을 좀 하려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찬 몇가지 만들지도 안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주방에서 시작해 주방에서 마무리하게 되는거예요.책 한자 못읽고 온 시간 다 금새 먹고 끝내는 일들에 쏟으면서도 그 안에 사소하지만 너무도 귀한 순간들임이 실감되더군요.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데 그리하여 언젠가는 두 딸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데 싶어지니... 함께 밥 먹고 함께 강아지 데리고 웃고 하는 그런 일들이 내 시간을 다이야몬드화 하는 일이란걸요.마음을 그리 먹고 보니 내가 새해 들어 썩 근사한 계획을 세운 것같아 나를 칭찬하게 됩니다. 또 밖으로 돌지 않다보니 에세이 쓰는 방에서 소중한 분들의 글도 읽을 수 있었구요.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