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직장을 얻었다.
남들처럼 기술이 있는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공부를 많이 한것도 아니어서 가장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일이 어떤일일까? 고민했었다.
그때 내가 십사년동안 해온일이란 아이들 키우고 책읽기 지도하고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학습할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준일이 가장 잘한일이라 여겨졌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의 책도 더 사주고 또다른 나의 제2의 인생을 살아보자고 거창하게 다짐하며 스스로 회사에 전화해서 책 세일즈를 시작하게 된것이 어그제 일이다.
교육을 받고 내가 세일을 시작하게는 됐지만 그러나 나 스스로 다짐한 일이 필요없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권하지 말아야 겠다는 소신을 갖기로 했다.
알고 있는 사람 찾아다니며 부담을 주는 일도 없어야겠고 스스로 개척해서 진정 나 처럼 필요한 사람에게만 책을 권하기로 작정했다.
그래도 학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책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내가 세일을 하고 있다고는 알려야 겠기에 아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했다.
그런데 진정 친한 사람을 빼고는 내가 전화한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팔려는 의도도 없었고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는데 그쪽에서는 내가 책 세일을 한다는 말 한마디에 부담을 느끼는것 같았다.
그럴수도 있겠지.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수 없겠지.
나도 그랬을테니까.
이해 했다.
그런데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너는 못할거야. 몇달 안가서 그만 둘걸. 그게 그렇게 만만하게 아니거든"
알고 있는 세일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나를 만류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수 있겠지.
어찌 그들이 한두번 겪는 일이겠는가?
이해가 되었다.
오후에 전화벨이 울렸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다.
놀러오라는 거였다.
나는 순간 고마웠다.
다들 내가 세일한다고 하니까 피하는데 전화까지 해서 놀러오라고 하는걸 보니 진짜 내 친구구나.
나는 감격했다.
생각해 볼겨를도 없이 달려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게 재미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재미있다고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사줄수 있고 좋은 정보도 많이 들어서 좋다고.
항상 하는데로 일상적으로 나는 이야기 했다.
책을 팔아야겠다는 의도도 없이.
"이젠 그만해"
그녀에게는 나의 전에도 했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책사라는 소리로 들렸던든 싶다.
나는 그만 눈물이 핑돌고 말았다.
"내가 세일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겠지? 나는 진짜 어떠한 의도도 없이 한말인데"
그녀가 말했다.
"세일즈가 그럼 쉬운줄아니? 다 이런 서운함도 감안하면서 하는것이 세일즈야. 그래서 이런 서운함을 못견뎌서 조금하다가 그만 두는것이고. 나한테 오늘한수 배워.나는 책 사줄일도 없을테니까.그런데 아마 조금하다 관둘걸"
나를 위로하는 그녀에게 나는 사정하듯이
그런 선입견을 갖고 날 대하지 말라고 했다.
돌아오면서 나는 절대로 관두지 않을거야.
오뚝이처럼 넘어지면 일어서고 깨져도 또 일어서고 그럴거다.
내가 얼마나 끝내주게 하는지 보여줄거야.
허공에대고 무언에 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그 다음에 깨달았다.
나는 내가 세일즈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당하게 "그래 나 책팔아"하고 얘기할수 있었어야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세일을 하는게 아니라고 우기는데 누가 나를 인정해주고 내게서 책을 구입할수 있다는 말인가?
내일부터는 당당하게 이야기 할것이다.
"그래 나 책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