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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캐러 갈까요


BY 풀씨 2001-03-17

연한 쑥 잎이 아직은 빛바랜 풀 사이로 제법 쏙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
햇살을 등에 받고 엎드린 할머니 두분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쑥캐느라 여념이 없고
젊은 새댁은 추리닝 차림으로 쑥을 캐고 다듬느라
손놀림이 잽싸기만 하다
나도 슬그머니 비닐 봉투를 옆에 두고 돌 틈새를 들여다
보았다
돌 틈사이로 쑥은 제법 크고 실하다
칼 로 자를것도 없이 손으로 쑤욱 당겼더니 뿌리채
달려나온다
마춤 하게 손끝으로 잘라서 비닐 봉투에 집어넣고
바다에서 달려온 봄바람에 양 가슴을 활짝 열고 심호흡을 했다
점점히 떠 있는 어선과 낚시꾼을 실어나르는 쾌속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미끌어지듯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잔잔한 바닷물결이 푸른 천을 깔아놓은듯 넓게 펼쳐져 있다
어쩜 바다에도 지금 봄 이 깃들었음인가
봄 철엔 도다리 가 제 맛이라는데
저 어선들은 전부 봄도다리 를 잡는 배들일것 만 같다
쑥 캐는 사이 사이 냉이도 눈에 띄면 캐고
돌미나리도 한 웅큼 정도 캔것 같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봄을 캐서 담는 손 놀림은 가뿐한데
머리 속 은 벌써 이 나물들로 저녁 반찬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궁리를 하느라 복잡하기만 하다
어디를 가나 주부 티 를 내느라 한참을 궁리를 해가며
머리속 따로 손 따로 봄 햇살 속 에서 한 나절을 보냈다
그래도 회색빛 도심속에서 흙을 볼수있고
흙속에서 자라는 사계절 푸른 식물들을 볼수 있음이
어쩌면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내일 도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라도 나가볼까 싶다
나의 봄은 벌써 식탁에서 향기로운 냄새로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