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나의 출근이 항상 한시간 정도 빠르다.
늘 아침은 전쟁이다.
그렇잖아도 아침잠 많은 난데...
볼일 볼라네, 머리 감을라네, 말릴라네, 얼굴에 찍어바를라네,
(찍어바르는 종류도 좀 많아? 으~~~ )
옷 챙겨입을라네.....
밤마다 잠자리에 들때면,
내일은 '좀 일찍 인나야지.'
하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다.
아침밥을 일주일의 반 정도는 굶고, 허둥지둥 출근을 한다.
남편과 애 먹을 아침은 차려주고...
'한숟갈 묵고 가야지.'하면서도 결국은 그냥 나선다.
먼저 나가는 나 때문에,
당연히 애 밥먹여, 옷입히고, 준비물 챙겨서 등교시키는 사람
은 남편이다.
그 뿐인가?
상치우고, 반찬 냉장고에 넣고, 설거지까지 하고 준비해서 출근
을 한다.
애가 하교후,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
이 번갈아 오셔서 봐주셨었다. ( 지금은 안오시지만... )
시부모님이야 자기 부모님이니,
집안이 어수선하면 당연히 며느리인 내게 흉이 돌아올까
싶어 설거지를 한다지만,
우리 부모님! 특히 친정엄니 오시는 날은,
설거지 관두고 출근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남편은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여전히 설거지 말끔히 하고, 방정리까지 한다.
이번 주는 특별한 일로 귀가 시간이 늦다.
일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는데, 핸폰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아이의 학습지 선생님이 좀 빨리 오시면, 대형 할인 매장엘
가잔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니깐, 수도꼭지 사야한다고...
입주한지 5년된 아파트인데,
며칠전, 주방 수도의 샤워기가 고장이 나서
물이 옆으로 좔좔, 콸콸 새는 것이다.
옷이 다 젖을 지경으로...
"설거지하기가 너무 힘들어서..."라는 남편의 대답이다.
결국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수도꼭지는 사지 못했다.
내가 특별히 늦게 귀가하는 날은,
이미 저녁 설거지까지 마치고, 청소까지 말끔히 해 놓는다.
난,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춰 밥상을 준비해놓고,
집안을 깨끗 이 청소해놓고, 기다린 날보다,
그 반대인 날이 많다.
아마 그런 나에게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일까?
자기가 퇴근해서 돌아왔을 때도 이렇게 집을 좀 해놓아보라는?
이 남자!
나보다 청소, 설거지를 더 말끔히, 더 빨리 잘한다.
난 남편의 손을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부른다.
아마 전생에 남편은 틀림없이 여자였고,
틀림없이...
난...
남자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