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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답해서 못살아 !


BY 雪里 2002-02-15


절기란 속일수 없는것.
입춘을 지나더니 기분인지 몰라도
피부에 닿는 바람의 감촉자체가 달라 진것 같다.

겨울동안 손님없는 가게 지키느라 지루했던지
구정을 지내고 난후부터 그인 내게 몇번 다짐을 한다.
"날풀리면 오후시간은 내가 쓸껴, 알았지?"

뭐 대단한 스케쥴이 있는것도 아니면서
"날풀리면...."을 몇번씩이나 들먹이는 걸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길에 보도부럭 깔아야지, 사다 놨으니.
그리고 비닐 하우스도 세개 짓고...."

"비닐하우스요?"
"응!"

"아니 뭐에 쓰려고 비닐하우슬 세개나 지어요?"
"하나는 닭집, 하나는채소 심는곳, 또 하나는 버섯 키우는곳!"

"아니 닭 댓마리 키우려고 하우슬 지어요?"
"그럼 , 닭 키워서 누구라도 놀러 오면 잡아 주면 좋잖아."

"그거야 좋지만 하우스 짓는덴 돈 안들어요? 근데 왠 버섯?'
"버섯도 몇도막 만들어서 키우면 안사먹잖아. 남으면
말렸다가 나누어도 주구..."

"좋은건 나도 알고 있는데 누가 그걸 다 할건데? "
"내가 하지. 자기는 그냥 구경만 해."

다 완공해서 닭을 키워 잡아다 주고
버섯을 한 소쿠리 따다 내놓은 사람처럼
얼굴에 만족이 가득든 웃음을 담은채로
혼자 즐거워 하고 있다.

"그걸 어떻게해요? 해 보지도 않은 사람이! 더구나 다른 하난
채소를 키운다면서!"

"그러니까 하우스 속에서 채솔 키우는 거야!"
"아무리 조금 먹기 위한 거래도 하우스농사가 얼마나 힘든데
그걸 한다 그래요? 그냥 작년처럼
고구마나 심고 자기 잘먹는 땅콩이나 심어요."

"힘드니까 하우스에다 심지! 상추나 파 같은거 심고, 달래도 심고,
취나물도 심어야지!"
"한가지도 아니고 골고루도 심을 모양이네요."

"응 골고루 심어서 나누어 먹는거야."
" 아, 글쎄. 자기 말은 다 좋은데 그채소밭을 누가 가꾸는냐구요?"

"내가 다 할거니까 걱정마, 힘들까봐 하우스에다 심잖어!
하우스엔 풀이 안나잖어! 풀만 안 뽑아도 어딘데?
그리고 농약 안하면 무공해구!거름은 한번만 사다주면 저절로
클텐데, 뭐!" 뽑아 먹기만 하면돼, 자긴!"

"뭐예요? 하우스엔 풀이 안난다구요? 저절로 큰다구요?"
"응! 하우스 안엔 풀이 없더라, 몇번 보니까.
상추밭엔 상추만. 오이밭엔 오이만 그리고 저번 티비에 나온
달래밭엔 달래만 있는걸 보니까 하우스엔 풀이 안나는거더라."

"내가 미쳐요!그게 안난게 아니고 다 뽑아놔서 없는거지요.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손이 갔겠어요? 아니 오십년 넘도록 산 사람이
하우스안엔 풀이 안나는줄 알았다는게 말이나 돼요?"

"그런거였어? 난 또 그런줄도 모르고 씨만 뿌리면 먹을줄 알았지.
그럼 채소하우슨 생략하고, 두개만...돈은 줄거지?"

"다, 관두세요. 그렇게도 농촌 생활을 모르는 사람이
누구속을 태우려고 하우슬 짓는다고 그래요?
맘만으로 농살 짓는줄 아시나보네. 흙이 얼마나 정직하다구..."


"내가 정말 답답해서 못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