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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복


BY 박명구 2000-05-16

결혼을 하고 난 후 내게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
우리 큰딸 아이를 낳았을 때, 듬직한 아들을 낳았을 때, 내 생일
날 시아버님이 옷 한 벌 해입으라고 용돈을 두둑히 주실 때, 결혼
기념일 날 신랑이 2년 동안 모았던 5백원짜리가 가득 든 저금통을
건네 주었을 때, 생각도 안 했는데 신랑이 시집이랑 소설책을 들고
퇴근하며 말없이 건네줄 때......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 얻고, 받을 때가 아니 그저 막연하게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며칠 전이었던 것 같다.
퇴근한 신랑은 TV를 보며 졸고 있었고, 나는 파를 다듬고 있었다.
그때, 6살 난 딸과 4살 난 아들이 "엄마, 내가 도와줄까?"하며 고
사리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4살난 아들은 "엄마, 내가 도와 주니까 고맙지?" 난 그만 와 하고
웃어버렸다.
그 순간 뭔지 모를 행복감에 취해 가슴이 뿌듯했다.
"혹시 이런 게 정말 행복이 아닐까?"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액자에 담아놓는다면 과연 보는 이들도
행복한 장면이라고 다 들 이야기할까?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난 오늘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하얗게 빨래를 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난 정말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