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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BY 미소 2002-02-13

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우리 큰형님은 1주일전 부터 이곳 저곳 재래시장을
다니시면서 장보기를 하신단다.

아들만 7형제의 맏며느리 면서 장손...
50 여명이 모이다 보니,
하루 먹는 양이 만만치 않으니,

차례상 차림보다
모이는 식구들 먹는 양이 엉청난 것이다.

그러나 귀찮은 내색 없이 (왜 귀찮치 않으실까?)
최고의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그렇게 1주일 전부터
애쓰시면서 사들이기 시작 하시는 거다.

밑에 동서들이야 설 전날 가서 준비를 거의 다 해놓으신것을
만들기만 하면 되니,
그 노고를 생각하면 미안하기 이를 때 없다.

그렇게 정성을 다 해 만든 음식으로
차례를 모시는데...

작은 아버지 3분...그 딸린 식구들...
7형제... 또 거기에 딸린 식구들...

유난히 아들들이 많은 우리 가족들....

키들은 엉청크고 등치들도 만만치 않은 장정들이
쭉 서서 차례를 모시는 광경을 보노라면,

마음이 뿌듯~~

따로 예의를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 가는 아이들...

그렇게 정성을 드려 차례를 모시고 나면,
다음 광경이 더 볼만하다.

제일 어르신네 이신 3째 작은 아버지
(우리 아버님 돌아가시고 2째 작은 아버님도 돌아 가셨다.)
정좌하고 앉으시면 바로 밑에 작은 아버님 새배드리고 옆자리에 앉으시고,
그 다음 작은 아버님 또 새배드리고 옆자리 앉으시고,
그 다음.... 그 다음....

아이들도 서열 따라 그렇게 새배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위계 질서를 익혀 나가고....
보름 형 일지라도 깍듯하다.

그렇게 서열대로 차례로 새배 드리는 것이 끝나기 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린다.

그러는 동안 우리 여자들은 7 밥상을 차려야 하는데
이것 또한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나 손발이 척척 맞아 매끄럽게 상차림을 하고.
반찬이 떨어지기 무섭게 채워 놓으며
그렇게 설날 아침을 치룬다.

식사가 끝나면
작은 아버님들과 형제들은
성묘를 가시고...

2세들은 이렇게 모두 모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내 적당한 곳을 찾아 단합 대회를 가진다고
모두 어울려 나가고...

우리 남은 동서들...
(우리 7동서와 작은 아버지 며느리들 3명)
10명은 모여 늦은 아침을 먹고,

누가 먼저 뒷 설거지를 하기라도 할까봐
서로 먼저하겠다고
밀쳐내면서 그렇게 몸사리기를 할 줄 모르는
사랑스런 우리 형님 아우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루기라도 하듯
설날 아침을 보내고는...

우리 형님 아우들 둘러 앉아,
작은 아버지에게 받은 새배돈으로
맥주를 사다가 마시며,

한도 끝도 없는 대화(수다?) 로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그렇게 우애를 다져 나가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