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0

변두리 삶의 이야기(19)


BY 영광댁 2001-03-16

시어머니.둘

뒷설겆이를 하고 마루로 나오니 어머니께서 보따리를 꾸리신다.
감이 들어가고.참깨도 들어가고 콩도 들어가고.떡도 들어가고,
허리 아픈데 즉효라더라 약초도 넣으시고. 아! 정말 ...
애비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고 가라고
그러느냐고 새끼들 손만 잡고 날라버릴거라고 하니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그러믄 안되지.

해가 아직도 한자나 남았는데 집까지 갈려면
배고프다고 한술이라도 뜨라고 밥상머리에 앉게 하고.
배가 장구라고 해도 기어이 한숟갈이라도 먹는 것 보실려 하고
가만히 술도 가져다 놓으시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떡도 먹고 고기도 먹고.
어머니 ,시방 안가고 한밤 자고 가면 좋겠네.
구릿빛의 얼굴에 가득한 주름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위로 말려 올라가고...

상자가 다 안찼다 . 뭐 더 담을까.
뒷곁의 단감도 더 넣거라신다.
홍시가 된 장두감도 맛았지만 나는 딱딱한 단감이 좋다.
아직은 단단한 이빨로 깍깍 깨물때 단맛도 그만이지만 소리가 좋다.
아삭아삭은 사과나 배 깨무는 소리고
딱딱한 단감은 깍깍 깨물러 먹어야 제맛이 난다.껍질째로.
빈틈없이 단감으로 자리를 채우고 테이프가 발라지고 끈으로 조여지는 상자.
나는 단감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좋아하신다.

가수 정 태춘의 노래가 떠오른다. ... 실한 농산물들은
다 서울가고 쭉정이들만 고향에 남아 있다는
노래 한토막. 에미 마음이 그럴 것이다.
큰맘 먹고 한번씩 올때마다 오늘 같은 날이 내 생애 언제 또 오리 한다.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집에 와서 부를 어머니가 없다면 어떡허나 싶어서 그 생각하면 고만 가슴이
울컥해서
"반중 조흥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은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이를 슬어하노라.
를 읊었던 지나간 시대 한 사내의 설운마음을
훔쳐보며 가만 불러보는 어머니.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람 ,그 깊은 마음속 헤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