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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와 늙은 아저씨


BY 키키 2000-06-26


수레와 늙은 아저씨

새벽공기를 들이 마시면 골목길을 나서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늙은 아저씨 한 분이 계시다. 인사를 하면 항상 웃는 얼굴로 답해 주신다.
" 어..어 그려"
늘 그런것처럼 그 아저씨는 꼬부라지다못해 잘못보면 아예 수레에 매달려 있는 듯 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지나치다가도 다시한번 뒤를 돌아본다.
나도 일찍 출근을 하는 편이지마는 그 나이든 아저씨의 부지런함에는 감히 따라갈수가 없는 것 같았다.
작년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저씨는 결코 돈이 필요해서 그리 파지나 병을 주우러 다니는 것이 아니며, 또 집이 없는것도 아니라고 말을 들었다.
간혹 말이 더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밥 벌이를 막는다며 뒷말들을 하지마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전부인 것이 아닌것 같다.
무수한 소문이 나 돌아도 그 아저씨와 수레는 언제나 함께 여지없이 동네를 하루종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영 바꿀 생각을 안 한다.
그 추운 겨울에도 그 아저씨는 똑 같은 모습으로 굽어진 허리를 더욱 구부린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며 작은 수레를 열심히 끌면서, 천천히 아주 작은 아이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듯한 몸짓으로 울 동네를 누비고 다니신다.
알고보니 내가 사는 집 바로 밑에있는 주차장 한 모퉁이가 그 아저씨가 가장 아끼실 듯한 수레의 정류장이자 밤에 잠시 쉬어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빨래를 널다가도 그 아저씨의 힘들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때는 나도 모르게 가만히 그 끝도 없을 발걸음을 내 디어 지켜본다.
언제부터인지 난 병을 수퍼에 갖다주지않고, 그 아저씨에게 주기도 했다.
그게 그 아저씨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그 아저씨는 그리 힘들게 모은것을 술로 바꾼다는 소문도 있었다.
허나, 그 아저씨가 술을 먹던 말던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술을 위해서 살든..움직이기도 힘든 몸을 위해 일부러 일을하던..
병이 쌓이면 그 늙은 아저씨와 수레가 함께 동네를 누비는 모습이 떠 오르곤 한다.
며칠뒤에는 이 동네를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