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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을 보며 힘을 얻다.


BY 산아 2002-02-07


요즘 나를 감싸고 도는 부드러운 공기에서
봄기운을 아련히 후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요즘 난 봄을 느낄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외면하고 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동안에도 잠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차안에서 내내 졸다가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들어가는 짧은 거리도
땅바닥을 힘없이 걸어가다가 무심코 사무실 앞의
작은 화단에 눈이 갔다.

아! 세상에!!! 정신이 번쩍 났다.
나른한 피곤감이 삽시간에 날아가버린 경이감이라니 !!!!
내 눈에 들어온 활짝핀 동백꽃 한송이

내 허리 정도의 작은키 동백나무에
활짝핀 한송이의 동백꽃이 피어있고
이제 막 꽃망울을 피우려고 빨간 입을 살짝내보인
봉오리들이며 .............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나 사는 것이 너무 바빠 자연의 변화에
눈 돌리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았구나

책임져야 할 직장일이며
또한 주부라는 이름으로의 집안일, 애들엄마로써의 책임감등으로
정신없이 사는 사이 서서히 겨울이라는 놈이
봄기운에 밀려가고 있었구나 !

사실 요즘의 나는 둘째애 때문에 애간장이 녹아들어
날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살았다.
겨울내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먹고 잘놀던
이제 막 말배우기 시작하는 둘째가
한번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물조차 입에 대지 않는 것이었다.
뭐든지 잘먹고 배 고프다는 말을
자기배를 두드리며 "엄마 엄마 배 고퍼 배 고퍼" 하면서 밥을 달라던
하여튼 먹성하나는 알아주어 걱정없이 키우는 아들이었다..

그렇게 잘먹고 잘노는 아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열이 펄펄 끓고 설사만 해대니 ...........
급기야는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까지 가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근 일주일째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었고....

병원에서는 입원을 시키라는데
직장 때문에 입원시키면 간호할 사람도 없고.
결국은 병원에 있는 선배하고 애기후
집에서 치료하면서 나 쉬는 시간에
병원응급실 소아병실에서 애를 데리고 날밤을
새고 직장에 출근하고..........
병원으로 직장으로 왔다 갔다하는
며느리를 보면서 어머님은 당신이 병원에 계시겠다고
하지만 연세드신 어머님이 병원에 계시면 당신까지 편찮으실까봐
난 혼자 직장으로 병원으로 그렇게 한 닷새가 지나니
애가 좀 나아지니 이제는 내가 쓰러지고 싶었다.

오늘아침도 아! 하루만 원없이 잠좀 잤으면
하고 생각하고 출근하였는데
출근길의 동백꽃 한송이를 만나는 순간
정신이 바짝 나며 기운이 난다.
봄을 만난 것이다.

아! 그래
자연의 변화에 눈돌리고 사면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고 사는데...
나 사는 것이 바빠 순간 잊어버렸더니.

애가 아픈 동안에 병원응급실에 혼자 괜히 슬퍼져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선배가 그랬다.
"너도 엄마구나
네 엄마도 너 그렇게 키웠을 거다"하고
그래 그랬을 것이다.
우리엄마도 나 이렇게 아팠을 때,
엄마 반대하는 결혼했을 때
그렇게 애간장 다 녹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출근길의 동백꽃 한송이가
다시금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를 생각나게 하면서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수 있는 기운을 나게 해주니

참! 봄이란 희망인가 보다.

동백꽃! 너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