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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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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 원 벌려다가


BY cosmos03 2002-02-05

" 1000 원 줘야돼 "
" 그러지 말고 엄마~ 500원에 해 주면 안돼?"
" 안돼. 1000 원 "
" 너무해 "
" 너무해도 할수 없어 "
무슨 대화인고 하면...

한 두어달전부터 딸아이가 제 스스로 속옷을 빨아입는다.
스스로가 아닌, 반 강압적이지만서도.
그런데 매일 나오는 속옷을 제때에 빨지를 않으니
몇개씩 한쪽 구석에 팽개쳐져 있는것이다.
외관상 보기도 싫지만 냄새또한 퀴퀴하니
목 마른놈이 샘물 판다고
내가 먼저 딸 아이에게 제시를 한것이다.
" 얌마! 너 속옷 안 빨아? "
" 응 빨기싫어 "
" 그럼 저거 어쩔건데? "
" 엄마가좀 해 주면 안돼? "
" 안될거야 없지만 공짜는 싫어 "
" 얼마주면 되는데? "
" 으~응 한장당 1000 원씩 "
" 에이~ 너무 많아 500 원씩 "
" 안돼. 1000 원 "
딱 부러지게 못을 박아놓으니 녀석은 한참을 망서린다.
그런후.
슬그머니 제 방으로 들어가서는 땡그렁 소리가 나는걸로 봐서
제 지갑의 돈을 맞추어 보는거리라.

잠시후 나온 나의딸.
" 엄마, 그러면 두개는 1000 원이고 한개만 500 원에 해주면 안될까? "
잠시 망서리는척~ 하는 나.
" 글쎄~ 한번 생각해 보고. "
생각은 무슨생각. 녀석의 버릇도 고칠겸해서 내 놓은 제안인데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너그러움도 필요할것같아.
" 좋아! 근데 요번만이다 "
" 알았어 엄마 고마워 "
" 그대신 선금이다. 돈 부터 갖고와 "
" 우리엄마 진짜 지독하다 "
라는 꽁시렁 거림과 함께 사라졌다온 울 딸.
아까운지 잠시 머뭇거린다.
" 왜, 아까워? 아까우면 말고 "
" 누가 아깝대? 자 여기있어 "
뜸을 드리던 녀석이 제 방으로 들어간후
흐물흐물 나오는 웃음을 주체치 못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아무말이 없이 모녀의 하는양만을 바라보던 울 서방.
" 야! 너 쟤네엄마 맞냐? "
" 엥? 뭔소리? 그럼 내가 의붓엄마인가? "
" 아무래도 당신은 새엄마여 것두 아주 심술궂은... "

남편은 못내 딸아이가 안되보이나 보다.
곱지 않은 눈을 내게 흘려대는걸 보니...
" 아이구~ 야 이 마누라야. 문디 코구멍에 마늘쪽을 뽑아먹지
그래, 아직 중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애 돈을 뺏냐? "
" 당신,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내가 왜 강제로 뺏었냐? 지가 준것이지.
그리고 이건 순수한 내 노동의 댓가인데 왜 그래? "
" 아주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니...원~ "
남편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든다.
장난삼아 했던 농담이 이상하게도 찝찝한곳으로 흘러가니
슬그머니 부아도 치밀고 무안도 하다.
" 그래 나 돈 좋아한다. 원없이 실컷 돈 구경좀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
" 아주 돈하고 살아라 살아 "
" 흥! 그럴수만 있다면 돈하고 살았으면 좋겟네 "
" 으이구~ 저 속물 "
끝내 남편은 내게 도구뗑이 천장 치 받는 소리를 하고는 딸 아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제 비상금 털어서는 딸년손에 쥐어주겠지.
이래저래 나만 유씨네 한테 인심잃고...

딸년의 속옷으로 인해 우린 그날...
서로가 말도 없이 눈도 안 마주친채로
그렇게 냉전에 들어갔다.
돈 2500 원 벌려다 서방한테 좋지 않은 소리만 듣고.
서로가 서먹해진 채로...
요즘도 우린 서로 내외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