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모모의 산행
인가가 보이지 않는 산길을
터덜터덜 베낭하나 둘러매고
오르는 철부지모모........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냥 걸음을 재촉하는데
"꽈당" 순간
돌 뿌리에 채여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릎이 깨져 찢어진 상처에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에이 이 놈의 돌. 발길질로 뻥차니 떼구르르 굴러 가 버리네요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는데 얼마나 올랐을까요..
저 멀리 산사가 눈에 들어오네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철부지 모모는
키작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그늘을 ?아들었습니다.
"철부지님!
안녕 안녕 안녕....."
무수히 많은 나무들의 인사가 나를 반겨주는데....
마음의 짐이 무거운 나에게
하늘을 가리워 주며 반갑게 맞아주는 나무들....
나이테만이 희미하게
세월을 말해주는 나무 밑둥에 걸터 앉았어요.
"철부지님!
어디가 아프신가요?."
넘어져 다친 무릎이 쓰려 찡그리는 나에게 솔잎이 먼저
말을 걸어왔어요.
"네. 솔잎님!
내 몸은 매번 부딪쳐 깨지고 멍들고 다듬고 갈아내어
동그라미가 되었지요. 그런데도 구르다가 자꾸 부딪쳐요.
솔잎님 전 너무 아파요. 모난 돌이 너무 많아요. 흑흑흑"
솔잎은 말이 없었어요.
난 의아한 눈으로
"왜요?"
그때 한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갔습니다.
"철부지님!
보셨나요?
제 잎은 바늘같이 뾰족해서 따가울텐데,
바람님은 온 몸을 부딪쳐 나를 어루만져주고 간답니다."
"저두 한때는 불만이 참 많았어요
난 왜 잎이 뾰족할까?."
왜 모두가 옷을 벗어버리는 겨울에도 난 옷을 벗지 못할까.
왜 내 몸엔 보기 흉하게 주르르 누런 고름이 흐르고 있는걸까."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어요.
나의 뾰족한 잎은 겨울산을 지키는 파수꾼이고,
내가 봄옷을 여름옷을 가을 옷을 갈아입지 않는 것은
곧게 사신 선비들의 넋이 배어 있음을......."
"그리고 내 몸에 흘러 응고된 송진은 ....
이승에 두고간 자식이 걱정되어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되고져 내 몸 빌려 남기고 간 어미의 넋임을....
그리하여 나의 노고가 하나도 헛되지 않음을 알았기에
오늘도 묵묵히 엄마나무 아빠나무를 뒤 이어
이 산을 지키고 있지요."
"철부지님?
동그라미가 되려고 깍아내린 아픔이 모양이 바르지 않았어요
결국 잘못 다듬어진 셈이네요
오히려 철부지님께 부딪친 돌들이 더 많이 아팠을거예요."
철부지님?
그 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저보구 미안하다고...."
그것 보세요 그 돌들은 자기 모양이 정말 동그라미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하는거랍니다.
동그라미는 어디에서든 낮은대로 구르죠.
그들이 ?아가는곳은 가장 낮은 곳이거든요."
아 ~
전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또 하나의 가슴속에 숨었던 짐을 ?아낸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솔잎님!
고맙습니다.
몇번인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나에게...
나뭇잎들이 바람을 불러
"바스락 바스락 "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용기를 내라며.......
나는 솔잎을 바라보았지만
솔잎은 고개숙여 내게 이야기 한적 없다는듯.
절개곧은 선비처럼 그렇게 하늘만 보고 있었습니다.
산속에서의 하루밤은
내겐 참으로 평등함을 일깨워 준 밤이였습니다.
참 고르지 못한 인생이라고 조물주를 원망하는 내게....
진정한 아픔을 이겨낸 자만이 얻는 평안함을
진정한 동그라미가 되고자 끝없이 노력할것임을...
아침 일찍 하산하면서 어제 넘어졌던 자리에 섰습니다.
내 발에 걸려 집을 잃은 돌을 주워
"어제는 미안했어 "하며 제자리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돌맹이야!
네가 많이 아프겠지만.....
나같은 철부지를 위해 그자리를 꼭 지켜줄래?"
~철부지 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