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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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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초라 불리는 건


BY 들꽃편지 2002-02-04

저는 일요일이면 방콕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방 속에 콕 있었답니다.

창가엔 햇살이 화창했습니다.

그 햇살을 먹고 사랑초가 다정하게 피어 있답니다.

혼자보기 아까워서

아이들에게 보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큰 딸아이는 슬쩍 보더니 고개만 끄덕이고,

막내 아들은 내 옆에 앉아 꽃잎이 이쁘다며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것에도 만족못한 난...

멀건이까지 불렀습니다.(개 별명인데,창밖을 멀건이 쳐다본다고 해서 멀건이라 함)

코로 냄새를 맡더니 심드렁하게 제채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멀건인 꽃알레르기가 있나봅니다.

나 혼자보기엔 너무 아깝고 이쁘게 핀 사랑초.

손끝으로 건드리니 긴 꽃대가 낭창낭창 흔들거립니다.

이름이 사랑초라 불리는 건

초록잎이 하트 같아서라며 혼자서 결론을 내린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옆집 친구는 그러더군요.

사랑초라 이름 불리는 건 햇살을 따라 꽃잎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종일 그 사람을 그리워 하는 것처럼

사랑초는 햇살을 보며 그리움을 표시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꽃색도 밝은 분홍색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어두워진 밤이라는 시간입니다.

사랑초는 꽃잎을 숙이고 가는 줄기를 옹숭크리고 잠을 자고 있답니다.

내 속에 숨쉬고 있던 그리움도 잠재워야겠습니다.


무사한 휴일이였습니다.

사건이나 멋드러진 이야깃거리는 없지만

조용하고 자기 자신을 편하게 쉬게한 이월의 첫째 일요일이였습니다.

내일은 일을 나가서 쉬었던 몸을 조여야겠지요.



그다지 행복하지도 그다지 불행하지도 않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