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의 두번째 작품은 지갑이다.
반달모양의 지갑으로 누빔이 많이 들었지만 아직 조각조각 이어붙이는 것은 아니므로 진정한 퀼트라곤 할 수 없다.
퀼트를 배우면서...
나는 아파트를 상가를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들락거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퀼트 선생님을 통해서 상가의 분위기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내가 아이를 갖고.. 참 많이 좋아했던 것을 들자면.. 전반적으로 단 음식을 들 수 있겠는데... 참외를 참으로 좋아했다..
그런데.. 우리 상가를 약간 벗어나면.. 아파트 단지를 겨냥해 마련된 작은 재래식 시장이 나타나고.. 그 시장의 입구에는 후덕하게 생긴 젊은 아줌마가 하는 "성주과일가게" 라는 과일집이 서 있다.
내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 때부터 참외를 깎기 시작하는 그 젊은 아줌마를 나는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아줌마는..
아이를 담은 내 부른배를 연신 아래로 쓸어내리며..
먹음직하게 깎은 참외를 내밀곤 하였다...
그렇게.. 서서 임신중 주의사항을 들으며 내가 먹는 참외의 갯수만도 세개를 넘을 때도 있었다...그 가게의 주인 아줌마는 참외 5000원치도 임산부가 무거운 걸 들면 쓰나 하며.. 배달해주는 친절을 베풀곤 하였다..
꼭 아들을 낳아라...
하던 아줌마의 기원도 저버리고 내가 딸을 낳고 참외 생각이 나서 다시 그 가게를 찾았을 때... 아줌마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에헤이.. 우얄라꼬.. 딸을 낳았노? 괘안타.. 이담에 아들 낳으믄 된대이.. 나도 그랬다.. 딸 낳고 아들 낳는기 좋대이.. 그라믄 200점인기라... "
"근데.. 아들 낳잔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와.. 노력하믄 된대이.. 세상에 노력해서 안되는기 어딨노? 아들 날라카믄.. 말이재... 첫째로 술을 묵으믄 안된대이...술묵고.. 낳는 아는 다 딸인기라..."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날이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온 그날인듯도 싶고...
"그라고..신랑이 피곤하믄.. 일이 안된대이... 피로를 확 풀어야 된대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남편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딸이 난듯도 싶었다...
"하기전에.. 서방님.. 커피 한 잔 찐하게 타주는 절대 잊지 말그래이.. 어여.. 니 담에는 꼭 아들 낳그래이..."
하던.. 그녀의 음성이 문득 문득 들려온다...
그녀가 애들을 봐주시던 친정엄마가 쓰러지시고 과일가게를 관둔지도 벌써 수 개월이 지났다.
어제.. 나는 퀼트를 하고 오다가 그녀를 만났다...
가게를 그만두니..요즘은 참 편하다고 했다...
그런데.. 살이 많이 빠져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리웠던 사람을 다시 보니 주책없이 눈물이 솟았다.
이렇게..
만남이 있으면 헤엄짐이 있는법...
앞으로.. 내 인생살이의 구비구비에 얼마나 많은 고마운 사람들.. 얼마나 많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행복의 한귀퉁이를 장식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퀼트 두번째 작품 반달 지갑이 완성되었다.
누빔이 많아서 지루하긴 하였지만.. 아주 잘 되었다.. 내 보기엔...
선생님은 누빔할 때 주름이 많이져서 튿어서 다시해야한다고 우기시긴 하셨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흠을 잡고 계시는 선생님에게서 내 작품을 뺏아서 들고 집으로 왔다.. 남편이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