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다.
노래부르는 것, 그림그리는 것, 뜀뛰고 운동하는 모든 것들.....
왜그런지 그런 게 모두 나에겐 싫고 부담스러웠다.
특히나 노래를 남앞에서 부르는 일은 차라리 고역에 가까울 정도.
개끌려나가듯 억지로 남들 앞에 나가 노래를 겨우 부르게되어도, 난 항상 점점 작아져가는 내 목소리에 내가 먼저 지친다.
노래가사도 웅얼거리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그게 내가 노래와 친하지 못한 이유다.
더군다나 한때는 왜그렇게도 노래방이 많았는지.
전국민의 가수화가 이미 이루어진 게 아닌가싶을만큼 극성이던 그 노래방들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지금은 노래방의 춘추전국시대가 어느 정도는 평정된 듯, 몇군데로 많이 압축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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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시어른들 모시고 횟집에서 식사하고, 우리집에서 케?揚美0?...
잠시 노시다가 손주녀석 덥석 데리고 시어른들은 가셨다.
며느리생일이라고, 오붓하게 남편과 둘만이 지내게 된 사연이다.
그렇게 휭하고 떠나고 난 집에서 내가 케?攘♡첼?아이스크림그릇, 커피잔등을 다 치우고도 시간이 남았다.
그런데 생뚱하게 남편과 둘이 남으니 새삼 머쓱한 분위기. 모처럼 일찍 퇴근해 오후 시간을 전부 비워준 남편은 내가 무엇을 원할까싶었나부다.
노래불러줄게...... 우리 산책하러 갈까?
남편의 제의에 그냥 순순히 따라나섰다. 외아들만 아니면 어쩌면 지금 가수가 되어있었을지도 모르는 내 남편이다.
일본에서 정식으로 판내자는 제의까지 받았다는데, 몇대독자를 딴따라시킬 수 없다는 단호한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고 한다.
아무렴 그렇지, 나두 내 아들이 딴따라한다면 싫어. 무조건 뜯어말릴거야. 내가 항상 하는 생각이다.
그 피가 어디가랴. 어쩌면 나중에 우리 아들도 그럴 지 모르기때문에 난 항상 시아버님의 결단을 내가 배우려하고 있다.
노래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나와, 가수가 될 뻔한 그.
그래도 그 앞에서 노래부르는 일은 덜 부끄럽고, 덜 떨린다.
내가 부르는 몇 몇 곡을 그가 다 맞춰주기때문에 내가 조금 수월하게 부르는 것도 그 이유가 될 터.
그래..... 모처럼 당신 노래나 듣자.
그래서 따라나선 산책길에,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그랬듯이 내가 아는 노래는 점점 더 적어지고, 벽에 붙은 신곡차트들은 가수와 노래가 다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만 그 노래방은 무슨 룸싸롱마냥 시설이 하두 요란벅적하고 화려했다.
이게 정말 노래방인가싶은 화려한 실내장식이 주눅이 들 정도.
남편은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항상 먼저 선곡해준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내가 먼저 부르고 앉아있으면 한참 뒤에 그가 나를 위한 노래를 몇 곡 불러준다.
마이크가 잘 나오는지 톡톡쳐보고, 음료수 캔 뚜껑을 따주고.... 선곡책을 뒤적이며 몇 곡을 예약해놓고.....
난 갑자기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마냥 그의 행동을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하라는 대로 할 뿐이다.
그리고 노래......
속으로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이번에 노래부를 땐 꼭 소리를 크게 내면서 불러야지. 그리고 계속 큰 목소리를 유지해야지.
내 목소리가 약해져갈 때쯤, 남편이 옆에서 크게 부르라고 손짓하고.....
에구, 내가 이 짓을 왜 하는 지 몰라. 더더욱이나 요즘 노래는 도통 가사따라부르기도 힘들 정도고.
38개 촛불을 끌 때보다 더 더욱 내 나이가 느껴지는 곳. 노래방.
이러다보니 어떤 위기의식도 느껴진다. 차라리 아예 노래배우는 델 한번 다녀볼까 싶은 오기까지.
이런 나에 비해 남편의 노래실력은 조금도 줄지 않아 더 더욱 나를 기죽인다.
어쩌면 그렇게도 노래를 잘 부를까. 자신만만하게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기선을 제압하는 거 같기도 하고.
가뜩이나 못하는 나를, 세월과 시간은 점점 더 나를 멀어지게 하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이런거구나 실감하게 한다.
어디, 젊어지는 생수없나, 그거라도 먹고 힘낼 수 있다면..
그나저나 나를 위해 불러주는 남편의 노래를 듣는 게 즐거워, 꾸역꾸역 노래방에 따라나서는 나도 불가사의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