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린아..나..또 아들이래...."
"엥?? 딸인것 같다 그랬잖아.."
세상에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한 아파트에서 7년 가까히
친하게 지내던 엄마가 있었다..
큰애 5살때 수영장에서 만난
그 엄마하고 나하고는 나이도 똑같고
두 아이의 나이마져도 같았기에 우린
금새 아주 친구가 되었다..
나에겐 두 딸이 있었고..
그 엄마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고..
그러던 중.. 이미 말했듯이 난 세째 딸을 낳았고
얼마 후 그 친구도 세째 아이를 갖게 되었다..
나는 아들을 갖고 싶었고
그 친구는 딸을 갖고 싶었고..
한참 늦둥이 낳는게 마치 유행시 되던 해..
친구는 태몽이 딸 같다며 백화점만 가면
여자아이 옷만 매만지고 풋 과일만 입에 데던 어느날..
5개월쯤..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오더니..
대뜸 병원에서 또 아들이란다며
흐느끼는데..
참으로 위로의 말을 하려니 정말
세상만사 불공평이라는 말을 안할 수가 없었다..
두딸을 가진 나에겐 또 딸을 주고..
두 아들을 가진 그 친구에겐 또 아들을 주니..ㅜㅜ..
"야..구래도 딸 셋보다는 아들 셋이 더 낫지뭐.." (←위로다..)
"뭐라구? 너 아들 함 키워봐라..구런 소리 나오나!!"
이렇게 우린..
남들이 보기에도 우스운..
딸 셋..아들 셋을 둔 엄마가 되었다.. ^^*
어느 날 그 친구네 집에가서 차라도 한잔
마실라하면 사내 녀석들 옆발차기 뒷발차기하며
딥따 싸우는 모습을 보고 내 을매나 놀랍고 무섭던지...^^
딸만 키운 나로써는 보기드문 광경이었기에...
그럴 때면 그 엄마는 이쁜 외모와 상반되게
"이자슥들!! 니덜 와카노~~$%$#%$^%
증말 아들 키우기가 여간 힘들어 보이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씩씩하고 잘생긴 아들보니 부럽기도 하고..
그 친구는 이쁜 딸아이 보면 부럽다하고..ㅎㅎ
가끔 우린 세째아이 유모차에
태우고 상가에 있는 분식집에 가면..
분식점 주인 아줌마 우리를
반가히 맞아주며 늘 하는 말..
"에구..하나씩 바꿔 낳았으면 을매나 좋았을꼬..ㅎㅎ"
우린 이미 현실에 만족해 있는지라..
"그래도 좋아여..."하며
서로들 그렇게 같은 말을 하며 웃곤 하였다..
우린 이렇게 아이들과 전쟁중에도 큰애들
학교 보내고 나서 한가한 오전이 되면...
"수린아~ 우리 놀이터에서 만날까.."
"구래...내가 커피 타 가지고 갈께..^^"
그렇게 우린 서로 세째아이 유모차 태우고
놀이터에서 애들 풀어 놓고는 벤치에 둘이 앉아
그 친구가 만든 맛있는 빵과 내가 가져온
보온병의 커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그렇게
한가한 오전을 놀이터에서 보내곤 하였는데..
지금 그 친구는 먼 호주로 이민을 가버렸으니..
가끔 그때 그시절을 생각하면 마냥 보고 싶기만 하다.
"개구쟁이 녀석들..많이들 자랐겠지??"
"구럼..키가 나만해서 내가 때릴라하면 이젠
두팔로 막아야~~ㅎㅎ수린이도 이젠 많이 컸지?"
"웅.. 사춘기라 구런지 말도 디따 안들어.."
"ㅋㅋ우리두 아마 구랬을꺼야.."
"난 생각 안나는데...하하"
"에구구..이젠 ..우리나이도 사십이네~~."
"그러게 말야..좋은시절 다 갔다~~"
"야..구래도말야.. 나 이곳에선 올드 미스로 본다??ㅋㅋ"
"메야..우쉬~~ 야~ 나도 구래..ㅋㅋ"
"ㅍㅎㅎㅎ"
두 공주병 말기 환자들끼리의
모처럼의 전화통화가..
오늘따라 참으로..그립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