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그때 거절하지 못 했을까, 왜 나는 그때 맥없이 끌려가기만 했던걸까...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정신없는 X, 도대체 뭐 아쉬워 볼품없는 남자랑 결혼을 하는걸까, 어설픈 동정심, 나 아님 안된다는 생각, 그런것 땜에 괜히 인심쓰듯 결혼했다가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텐데...
왜 남의 일을 보면 그렇게도 현명한데 막상 내인생은 이렇게 망쳐놓은걸까...
요즘들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꿈이었으면, 깨고 나면 정말 꿈이라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조건 누군가를 원망할 순 없지만, 모든 내 자신의 잘못은 결국 내 책임이지만, 그래도 할수만 있다면 나 아닌 남을 원망하고 따지고 싶다.
그러게 내가 안된다고 했었잖아, 그때만 내말을 들었었더라도...
네가 선택한 거니까 할 수 없어...
이런 잔인한 말을 망설임없이 하는 가족들이 아니라, 정말로 나를 위로해 주고 동정해 줄 수 있는 그런사람은 없는 걸까...
맨 첨, 아주 어릴적부터 부모라는 미명하에 나를 숨막히게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내게 선택할 기회를 주고, 내가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랬었더라면,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한번쯤 말해주고, 하루도 빠짐없이 어디갔다 왔냐고 물어보고 친구들한테 확인전화만 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렇게 도망치듯 결혼하진 않았을텐데...
인생의 즐거움은 모두 빼앗기고 그나마 재산이던 창작욕구마저 잃어버린 지금,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멍함을 느낀다.
메마른 세상, 엉망진창인 인생, 끝도 없는 벼랑, 그리고 지겨운 사람들...
봄인데, 이제 곧 봄인데, 나는 앙상하게 말라빠진 나무가지가 떠오른다.
왜 나는 그때 그렇게 쉽게 내 인생의 끈을 놓아버린걸까.
왜 모두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지옥으로 도망갔을까.
사람에 따라서 그 지옥이, 이세상 어느것보다도 끔직할 수 있다는 걸 왜 나는 그때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