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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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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가모자라서신상옥이바람폈어요?


BY roos 2002-02-01

4시간의 파출부일을 마치고 난 주인아주머니가 쥐어주는 일당 2만원을 냉큼 받아들고 교대역에서 사당으로가는 3호선에 기분좋게 올랐다
늦은 오후라선지 전철안엔 학생들과 퇴근한 사람들로 조금은 비좁은 공간에서 난 손잡이를 잡고 노약자석을 마주보며 섰다
그리곤 주머니속에 있는 만원짜리 두장을 주물럭거리며 이런저런 궁리를했다 군에있는 아들에게 책이나 두어권 사서 보내줄까?
그래야겠다. 지난번 휴가때 그냥 보내서 서운했는데...어떤 책을 살것인가 내 머릿속은 생각에 생각을 하느라 몹시도 바빴다
그때다. 차림새나 얼굴 생김으로보아 60대초반으로 뵈는 아저씨가 노약자석에 앉아서 옆에있는 아주머니와(두분은 서로 모르는사이 같았다) 이야기 도중에 아저씨가 말했다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는것은 자기여자가 어디가 못나도 못나서 그런것이고 뭘못하든지 반드시 잘못하는것이 있기때문에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거라며 아주 신바람이 난듯이 설명을 해대고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이야기를 하던 아주머니는 긍정이라도 하는듯 아무소리도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게아닌가
더 이상한것은 그자리엔 삼사오륙십대의 여자들이 많이 있었건만
아무도 아저씨의 해괴망측한 괴변에 항변하는 사람이 없었다
난 다짜고짜 아저씨를 향해 사납게 쏴 부쳤다
"아저씨 매맞고 싶으세욧"
아저씨는 놀란듯이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곤 입을 벌린채 멍하니 있었다 난 이어서 또 소리질렀다
"아저씨 육영수여사가 어디 부족한데가 있어서 박대통령이 그렇게 바람을 피웠어요?"
"최은희가 어디 모자란데가 있어서 신상옥이 바람을 피웠어요?"
전철안에 모든사람이 일제히 나를 향해 눈을 빛내며 쳐다봤다
난 거침없이 또 대들었다
"그러고보니 아저씨네 아줌마도 바람좀 피웠겠네요 아무리봐도 아저씨가 어디가 모자라도 모자란것처럼 보이는데요?"
열차안이 웃음바다였다
난 더 독기가 올랐다
"남자들한텐 바람보라는게 하나 더 달려있는거 모르세요?
아저씨 생물시간에 안배우셨어요? 우린 배웠는데요"
열차안은 또다시 웃음바다 였다
난 내친김에 막 나갔다
"바람피우는 남자들은 섹스중독자들예요 아저씨
알콜중독자처럼 섹스중독에 걸린거라구요
섹스중독에걸리면 그렇게 되는거라구요"
"아저씨 지금 이자리에서 저한테 뺨맞고 싶지않으면 다음역에서 내리세욧"
몇분동안 아니 몇초사이 였을것이다
따발총 쏘아대듯 쏘아부치는 내말에 금새 전철안은 전시를 방불케하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내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고 아저씨는 혼자 궁시렁거리며 뭔가 더 말을 하고싶은데 참는 눈치였다
아직도 내가 내릴역은 서너정거장 남아 있었으나 다음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난 씩씩대며 흥분을 가라앉히지못하고 빈의자에 털썩 앉았다
앉자마자 킥킥 웃음이났다
거기있던 사람들은 모두하나같이 상상했겠지
어떤사람은 사람들에게 들어보라는듯이 큰소리로 떠들었을지도 모른다
"저여자 남편이 바람피웠나봐"
"그랬나보네 뭐"
"자기가 당해보지않고는 저렇게 말못하지 안그래?"

난 누굴 위해 그 험악한 종소리를 독을 뿜으며 울려댔는지.
그리고 나름대로 엉뚱한 상상을 했다
"최은희가 자식을 못낳았지 아마...그래서 그런거라구?
아냐 남자들의 바람보때문야 암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