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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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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에 관한 진실


BY 프로9단 2000-10-24

우리집 자는 모습을 누가 와서 몰래카메라로 찍어 간다면 과연 특종감일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 큰애와 2학년짜리 작은애가 함께 자는 방은
학교운동장으로 변한다.
큰애가 자다가 '슛!! 골인~~'을 외치는가 하면 벽쪽에 붙어자는 작은아이는 발길로 벽을 차대기가 일쑤다.
몸부림이 심한 것 쯤이야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잠꼬대가 곁들여 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가위,바위,보를 한다거나 '야! 그러니까... 웅얼웅얼...'하고는 그 자리에 다시 푹 쓰러져 잠을 잘 때도 있다.

한번은 아예 거실까지 걸어나와 한손엔 이불을 둘둘 말아쥐고(아마 공을 든 모양이다) 둥근 원형을 그리며 몇바퀴를 도는데 솔직히 내 아들이래지만 소름이 돋을만치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얼른 다가가 얼굴을 몇번 치면서 들어가서 자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의 잠꼬대는 거의 유전이 아닌가 싶다.
남편의 잠꼬대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다시 제자리에 놓고는 창문을 서너차례 두드린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푹 잘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머릿속은 진짜 복잡해진다.
하지만 우린 완벽하게 잘 맞는 부부라는 것은 잠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얼마전 난 해일에 덮쳐 숨을 못 쉬고 헉헉거리며 가위에 짓눌려 있었다. 다행히 남편이 잠을 깨워주는 바람에 한숨을 푹 쉬고 그 순간 잠을 깨워준 남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침에 지난밤 가위 눌렸을 때 고맙다고 얘길 하자,
"잉?, 뭔 소리여?"
남편이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진짜 몰라? 내가 숨도 못 쉬고 꼭 죽을 것 같았는데 당신이 내 얼굴을 치며 깨워주었잖아."
"절대 그런 일 없어. 기억에도 없는 걸..."
얼굴을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아마 무의식중에 한 일인 듯, 이쯤이면 진짜 완벽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의 P아줌마.
친해지면 서로 닮아가는 걸까?
자다가 잠꼬대로
"아저씨~ 아저씨~"
하고 자꾸 외쳤다고 한다.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깼는데 같이 잠에서 깨어난 남편이 요상한 눈초리로 째려보고 있었다.
"누군데? 그 아저씨?"
아는 아저씨라고는 동네 슈퍼아저씨, 쌀집아저씨, 정육점아저씨,
과일가게 아저씨뿐인 우리 P아줌마.
남편에게 계속 시달렸다고 하는데....

잠꼬대, 조심해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