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0. 30
시월도 어느 사이엔가
서서히 과거속으로 묻혀지고 있다
이렇게 두 달만 지나면 2000년 새해가 오겠지
새해엔 또 어떤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중반도 훨씬 넘어버린 올해 한해를 돌이켜보면
내 평생에 기억에 남을 일이라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것이다
어찌보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을성싶다.
고맙게도 가족들도 이젠 둘러 앉아 기도하는
시간들을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다
도리어 내가 더 무색할만큼 남편은 운전을 하면서도
찬송가 듣기를 즐겨하고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자신있게
하나님을 말할만큼 신앙이 도타와졌다
물론 아직은 남편이 생활면에 있어서 전적으로 신앙생활을
바르게 하는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술자리에서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것이 그한가지 예다
그러나 성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뭐 있으랴
최대한 적게 마시고
술로 인해 실수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수 밖에...
며칠전 밀알 선교회에서 주최한 저녁엔 심장병 어린이 돕기
음악회에 다녀왔다
그곳에 참석한 지체부자유 어린이들을 보고 어찌나
마음이 아팠던지
새삼 나의 안일한 생활이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졌다
나이는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얼굴에 짓는 웃음은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그 해맑은 미소는 마치 갓난아기를 보는듯했다
그들에게 믿음, 신앙이라는 든든한 백 그라운드가 없다면
과연 그런 얼굴일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했다
간혹 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칠때면 웃음을 지으며 같이
성가를 따라 부르다가 심장병 어린이들의 실상을 체험한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들을땐 줄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나뿐이랴
옆에 앉은 그이도 또 다른 많은 사람들도 내내 눈물을 훔쳤으리라
그때 같이 가서 따로 놀고 있던 훈이랑 성우는
지네들이 잘놀고 있다는걸 확인시켜 주려고 자주 들락 날락했고
놀이에 빠져 신이난 두녀석은 흠씬 땀에 젖어 있었다
그 건강한 웃음을 보며 나는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마음깊은 곳에서 슬그머니 부끄러움이 커져왔다
이런 행복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모자라서 걸핏하면
불평하기를 일삼고 살았으며 또 시간을 얼마나 헛되이 보냈는지...
그저 죄스러울 뿐이었다
지금 이러면서도 돌아서면 시간 죽이기에
여념이 없을 나의 어리석음과 얕은 신앙을
부디 주님 그분이 다스려 보다 값지고 알찬 삶이 되게 해달라고
다시한번 기도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