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오늘 두녀석들을 학교에 보내고서
진한 커피한잔을 앞에 놓고서 이 여유로움이 얼마만인지 길게
음미해 본다.
어제밤 그동안의 숙제를 챙긴 딸아이의 가방을 점검하다 보니
선택과제란에 자기가 제일 존경하는이와 그 이유를 쓰라는 과제가
있다.
과연 우리딸이는
누구를 가장존경할까 살펴보니 죽 대여섯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첫번째명단을 보니 울 엄마란다.
우리 엄마는 우체국 집배원입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오토바이를 타고서
검은잠바입고 마스크를 쓰고 헬멧을 쓴채
편지를 배달하십니다.
남자들도 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을 하시면서도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혹시 내가 친구들에게 엄마를 부끄러워할까봐
은근히 물으십니다.
혹시 친구들 엄마처럼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옷입은
멋진 엄마가 아니고 투박한 잠바에 남자들처럼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엄마가 부끄럽지 않냐고 물으시지만
저는 항상 웃는 얼굴로 열심히 생활하며 집안일도 깔끔히 하시고
시간날때마다 책을 보며
공부하는 엄마가 참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핑돌더군요.
이제 막 5학년에 들어서는 딸아이.
어쩌면 사춘기초기의 아이에게 별루 예쁘지 않은 모습의
엄마가 부끄럽게 여겨지지는 않았을까 염려가 되어
슬며시 떠본 말인데 딸아이에겐
못난 에미가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생각된다니...
한편으론 잘 자라주었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뿌듯해 집니다.
행복이란 이런건가 봅니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20대때 좀더 인생에 대해서 숙고하고 조금만 더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했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이나 이후의 나의 삶이 좀더
여유있고 편안한 삶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요즈음 찬바람과 비바람을 을 맞고 다니는 저에겐 수시로 듭니다.
나에게 다시한번 20대를 돌이킬수만 있다면...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알차게 준비할텐데...
아쉬움과 회한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지금 흘리는 이 땀과 수고로움이 40대가 되고 50이 되었을때,
그래, 정말 열심히 자~알 살았구나 하는 자부심으로 올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눈이오고 빙판길이 되면 엄마 차조심하고 빙판길 조심하라며
뒤돌아보고 또 보며 학교로 향하는 아들녀석과
못난 어미를 자랑스러워하는 귀여운 딸, 그리고 근무를 쉬는
토요일만 되면 만사제쳐두고
힘든일 한다며 함께 편지를 배달해주느라 반은 집배원이 다된
남편..
고되고 힘들지만 이런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이 있기에
힘든줄 모르고 오늘도 이 아줌마는 헬멧 꾹 눌러쓰고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서 찬바람을 헤치며
아파트단지를 누빕니다.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우리 주부님들.
요즈음 우체국은 우리의 최대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쏟아지는 우편물과 소포로 집배원들은
정말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표나지 않은 그 어느곳에서 땀을 흘리시는 이런분들이
계시기에 우리의 명절이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시간이 되고 있음을 기억해 주시고
집배원 아저씨들 보시면
"수고하십니다" 한마디 건네주시면 어떨지요.
그분들의 노고와 피로가 확 풀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