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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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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욕심


BY ps 2002-02-01

"따르릉...따르릉..."
저녁 준비를 하던 순이는
젖은 손을 수건에 닦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여보, 난데...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
"무슨 일인데?"

남편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열심히 해서 보낸 제품에 문제가 생겨 돌아왔는데,
알고보니 한 직원이 잠깐 실수로,
옆에 추려 두었던 불량품을 섞어 보냈다 했다.
내일 당장 다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 늦을거라고.

순이는 가슴이 아려왔다.
안그래도 불경기라고 힘들어 했는데,
필요없이 직원 봉급 더 줘가며 늦게 까지 일을 하고있을 남편...
마음이 여려, 남에게 좀처럼 싫은 소리를 못하는 그 인지라,
직원들에게 화도 제대로 못 냈을텐데.....

'그래. 오늘은 조금 더 신경을 써 보자'고 마음을 먹고,
순이는 준비하고 있던 저녁 메뉴를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게와
고등어 구이로 바꿨다. 덤으로 베이컨 몇장 구워 조각내고,
양파를 조금 썰고, 감자를 모양나게 채 내어, 정성스레 볶았다.

세시간 반 늦게 피곤한 얼굴로 집에 온 남편을
순이는 유난히 반갑게 맞았다.
"수고하셨어! 빨리 씻고 내려와. 맛있는 거 해 놨으니까."

가벼운 샤워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온 남편은,
밥상 위에 곱게 차려진 저녁식사를 보더니 얼굴이 환해진다.
"어? 김치찌게네. 김치 아까워하는 당신이 웬일이야?"
마치 좋아하는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찌게 그릇으로 숟갈을 가져가는 남편을 보며
순이는 잠깐 콧등이 시큰했다.

11시 뉴스가 끝나면 올라올 남편에 맞춰 순이는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약간 뜨거운 듯한 물을 맞으며, 온 몸을 정성스레 닦는데,
문득 며칠 전 남편 동창모임에 갔다가 들은 한 친구의 농담이 떠올랐다.

"젊었을 때는,
마누라가 밤에 샤워하는 소리만 들어도
힘이 불끈 솟았는데,
요즘엔,
밤의 물소리가 영~~반갑지가않아!" ㅋㅋㅋ

'저 사람도 그럴까?'라는 생각을 피식 웃으며 넘기고,
순이는 평소보다 약간 진하게 화장을 했다.
향수도 조금 더 보태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침대로 간 순이는 깜짝 놀랐다.
누워 기다리고 있어야할 남편이 없는 것이었다.
혹시 피곤해서 뉴스를 보다가 잠이 들었나?하고 내려가 보았지만,
남편은 집 어디에도 없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걱정을 하는데, 전화가 급하게 울렸다.
놀란 가슴 진정하며 전화기를 드니, 역시 남편이었다.

"당신, 지금 어디야?"
"응, 당신 샤워하는 걸 보니, 오늘 낮에 친구가 사무실로
갖다준 게 생각이 나서, 가지러 가는 길이야."
"뭔데? 이 밤늦게?"
"응, 저...있어."
"뭔데??"
"...비아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