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오메!~
나도 이 아침에 짝사랑 이야기나 해볼까?
난 원래 짝사랑을 못할만큼 이기적인 사람이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를 오를 생각을 못하는 소극적인 면도 있고
정말 좋은 사람에겐 뜸드려 도발하는 앙큼함도 있지만
썽질이 급해서 벙어리 냉가슴 오랜 기다림은 정말 고문일것 같다
싫다. 화끈하게 표현하고 아님 바꿔!
현대 아이들의 속성이 내게 있다고 본다.
특히 자존심을 다치고는 즉시 죽음이니까
짝사랑이란 내게 있어 극약이다.
자존심을 건지려면 짝사랑을 포기했어야 하니
그게 사랑축에나 들었겠나?
짝사랑은 일단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좋은걸 어떡해!
그런데...굳이 짝사랑의 기억을 더듬는다면 내게도 하나 있다.
혼자 사랑하다 말았으니 정말 자유롭다.
중학교 2학년때 중등부에 두 머심아가 있었다.
둘이는 고종사촌간이었고 동갑이었다.
둘이는 퍽이나 대조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아이는 이름이 김장수(김을 파는 장수? 기운이 센 장수?)
였는데 또 한 아이는 이름도 잊어버렸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현석이라고 해두겠다.
장수는 우직하고 말이 없었고 현석이는 귀공자처럼 잘 생겨서
모든 여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피부색갈로도 둘은 현저하게 구별되었다.
현석이는 서울아이처럼 하얗고 깨끗했고
장수는 영락없는 촌놈으로 시커멓고 우묵주묵했다.
장수는 현석이의 그림자 정도였다.
여자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듯 했고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두머심아는 항상 함께 다녔는데 나는 장수가 너무 좋았다.
현석이의 귀족적이고 기생 오라비 같은 외모가
바람둥이 같아 싫었고 여자아이들에게 인끼가 많다는 것도 싫었다.
감히 내가 경쟁에 자신이 없었겠지~! 히힛!~
장수는 고아나 다름없이 가정이 불행해서 현석이네 얹혀 산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안 후 더 마음이 쓰이고 더 잘나보였다.
운명을 극복하는 투지의 사나이로 보였었나?
그 나이엔 동정에서 사랑이 시작되기도 했으니까...
어떤날은 밤에 장수를 생각하며 버개를 적시기도 했다.
전혀 내 마음을 직접 표현한 적은 없었다 너무 좋은데...
고등학교도 3년을 함께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그냥 곁에서 좋았다.
나는 다른 아이랑 열열히 연애를 했었고
그 아이는 어떠했던가 기억도 없다.
나는 서울로 대학을 갔고 그 뒤론 소식을 몰랐다.
그런데 너무도 재미난 사실이 하나있다.
대학교 졸업식에 장수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졸업사진을 보면 거기 뒤에 우뚝서있다.
다시 한번만 만난다면 왜 그날 내 졸업식에 왔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날 졸업사진에는 물론 지금 남편이 내 옆에 쑥스런 미소로 서 있다.
그 사진이 너무 우스운것은 장수랑 지금 남편은 형제처럼 너무 닮았다.
더 우스운건 남편이 이상한 머심아 하나가 서 있는데도
그 사진을 수차 보았건만 이게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진짜 명물 사진이다.
아직도 장수에게 그날 오게된 사연을 묻지 못했고
어디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도 알 재간도 없다
꼭 한번 만나서 그것만은 물어보고 싶다.
김 장 수! 혹시 이글을 읽거든 좀 알려다오!
그날 홍길동처럼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었냐? 아구 궁금해라.
분명한 non fiction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