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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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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BY 바늘 2002-02-01


20년 결혼생활에 요즘 처럼 남편과 자주 투닥거리기도 첨인듯하다.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여 말싸움을 하다보면 서로 가슴아프게 상처만 한가득 남기고 때론 등돌리고 눈물도 찍어내고 훌쩍거린다.

몇일전 새벽 3시가 다가오는 시각 남편은 음주운전을 하고 귀가하여 나의 잔소리가 귀에 거슬렸는지 한바탕인지 반바탕인지 속끓임을 시작하였다.

결국은 부글 거리는 가슴을 안고 결혼후 첨으로 보따리를 한번 싸보았다.

남편 회사에서 몇년전 노동절날 사은 선물로 주었던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을 펼치고 보니 무엇부터 담아야 할지 첫번 난관에 부딪고 두번째로는 그 결코 가뿐하지도 사뿐하지도 않은 가방을 끌고 아파트 정문앞까지 통과하여 나가는것도 그랬다.

입주 당시 초등 3학년이던 아이가 벌써 대학에 입학하였으니 한곳에서 꽤 오래 둥지를 틀은 셈인데 그러다 보니 혹여 아는 얼굴과 마주하여 난처하게 되는것은 아닌지도 염려되었다.

아무튼 순간적으로 생각의 타래가 엉클어져 있었으나 그래도 이왕 마음 먹었으니 날개짓이라도 한번 하려는데 현관에 서서 그 가방을 바라보니 왜그리 용기가 아래로 아래로 낮아지는지 결국은 조금 커다란 핸드백으로 바꿔 몇가지만 챙겨서 택시를 탔다.

어둠이 짙어 밤은 으슥한데 택시 기사분께 당당하게 강남 터미널이요~ 하고 방향을 불러주었다.

그러나 그다음 부터 집에서 차츰 거리가 멀어져 감에따라 무서움도 살살 피어오르고 할수 없이 중간에 차를 세웠다.

눈앞에 들어오는 24시간 싸우나 불빛!

그래 저어기가 좋겠다~~

새벽 싸우나~~~

첨으로 그시간에 출입하게 되었는데 그 풍경이 사뭇 신기하기 까지 하였다.

밤장사를 하고 피로를 풀려고 온것인지 전신 맛사지 하는 사람도 있고 얼굴에 맛난 딸기, 요쿠르트, 우유 ,오이를 골고루 발라 피부관리에 열심인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옥돌 사우나 천연숯 사우나 황토탕 ,녹차탕 골고루 왕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아름 차올랐던 화도 조금식 푸욱 꺼져가고 그야말로 아무리 우겨봐도 얼쩔수 없이 저어기 개똥무덤인 내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큰소리 치고 집을 나섰지만~~~

그다음 그다음

바아보~~

현미에 백미썩어 가스불 댕기고 김치 송송썰어 참치캔 하나따 찌게 바글 끓이는 어쩔수 없는 그녀가 되어 또다른 일탈을 꿈꾸며 주방을 분주히 오가고...

아이구 ~난 바보 바보인가봐~~

거실에 펼쳐진 여행가방이 날보고 웃는듯~~~

오늘도 자정이 넘은 이시간 남편은 어디를 지나 오는 것일까?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아니 사랑하고 있기나 하는것인지...

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