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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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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7


BY 후리지아 2002-01-29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세요.

외로움을 맛볼 때 멀리 도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낯선 손님이 아닌 정다운 친구로 외로움을 진지하게 맞아들이고
길들여가는 것이지요.

새 옷, 새 구두, 새 만년필도 편안한 내 것을 만들기 위해선
한참을 길들여야 하듯이 처음엔 낯설었던 외로움도 나와 친숙해
지면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의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선전하고 싶을 때 외로움을 잊으려고
쾌락에 탐닉하고 싶을 때.

바로 그 시간에 오히려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과
삶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은 슬기를 지녀야겠습니다.

외로움에 매여 사는 노예가 되지 않고 외로움을 다스리는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깊은 명상과 사색, 기쁨과 여유를 ?게 될 것입니다.

위의 시는 이해인수녀님의 시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싸우며 사는지...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진지하게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제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이 있었지요.
무엇을 하여도 외로움이 물러나질 않고, 끈적거리며 더 많은
외로움을 몰고 오는 것입니다.
구정뜨개실을 꺼내어 뜨개질을 시작했습니다.
동서네 큰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을 하는데...필통을 떠서
그속에 펜을 채워 입학선물을 해야지 하는 마음이였지요.
그러나 생각이 외로움에 미치자 떳던 필통을 풀기 시작합니다.
떳다가 풀고, 떳다가 풀고를 어려번 반복 했습니다.

이번엔 책을 펼칩니다.
책속의 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속에 묻어있는 외로움만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용을 읽을 생각은 하지않고, 무심하게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지요.
몇쪽을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였지는 기억이 없는체로 책을
덮습니다.
망연히 앉아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합니다.
이럴때 누가 전화라도 한통화 해 준다면...소리없이 얌전하게
앉아 있는 전화기를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전화기는 미동조차 없었지요.
누군가와 통화가 하고싶어 전화기 버튼을 누릅니다.
소리없이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멘트를 듣거나,
신호음이 쉬지않고 흘러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느낌...

아직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외로움속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가 함께 나누어
주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카니발의 아침이란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음악역시 외로움을 한아름 안고 제귀를 울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외롭지 않고 싶은 몸부림이 강하기에 외로움을 더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해를 등지고 들어서는 골목길에 그림자가 저를 앞서 걷고 있었지요.
앞서가는 그림자를 보며 걷노라니, 그 또한 어찌나 외롭게 느껴
지던지요. 아마 혼자의 그림자가 아니라 동행이 있어, 두개의
그림자 였다면...어쩌면 둘, 셋이 된다 할지라도 외롭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도, 달과 놀고 있던 별들도...
제겐 모두 외로움으로 보여지던 몇날이였습니다.
어느날은 아름답게 비추이던 햇살도, 외로움이 상승하는 날엔
햇살마져도 외로움을 가져다 주는것만 같아 피해 다니고 싶어
집니다.
이제 시작인데...
홀로서기를 잘 하는 사람을 만나면 참 부럽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여나 혼자 먼길을 가야 함에도, 인간이기에
외롭고 싶지 않고, 행복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여나는 것도...
외로움이 진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모든 생물의 종족 번식의 의무를 행하기 위함도 있지만...
식물들은 꽃들을 피우기전...
무수히 많은 고통과도 싸우고, 외로움과도 전투를 한다고 합니다.
더이상 기력이 없고, 견딜힘이 없을때 꽃으로 피워낸다는군요.
아마 그때문에 꽃들에겐 향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꽃을 피워낸 식물들은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내음으로
자신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풀어낸 것입니다.

외로움이 모두 풀려져 허공으로 날아가는날...
인간인 우리는 자유라는 향연을 즐기지 않을까요?

산다는 것은...
외로움도, 고통도 내 몫을 보자기에 싸서 등에 지고 다니는
영원한 나그네와 같은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