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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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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가야할 길


BY 푸른 하늘 윤빈 2002-01-29

안녕하세요. 푸른 하늘 윤빈입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모아보았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제 칼럼에도 놀러 오세요.
제목은 "가짜쥑이기" 구요. 주소는

http://column.daum.net/1004bluesky1/

입니다. 많이들 들러주세요.



아이들과 가야할 길

아침부터 아이들을 챙겨나오는 일은 거의 전쟁이다. 늦게 일어나서 아침 먹는 것을 곤욕으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씻고 먹는 일을 끝내게 하고 나면 이미 온몸의 힘이 절반쯤 빠져나간다.
바쁘게 시간에 맞춰 학원에 보내고 돌아서면 조르르 돌아온다. 오늘은 준비를 빨리 끝냈다고 돌아오면 500원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 돌라와서 또 수업, 가만 계산하니 점심 먹을 여유시간이 좀 부족할 것 같다. 빨리 피아노를 다녀오라고 재촉하면서 슬그머니 500원을 미룬다.
다시 다녀오고 바로 점심 먹는 도중 , 고등학생 상담 학부형이 오셨다. 한창 얘기 중에 눈치 없이 아이가 달려온다.
"엄마, 밥 다 먹었어."
"가서 약 먹어"
다시 약을 들고 먹여달라고 쫓아온다. 순간 당혹스럽다.
"가서 먹어라."
온유하게 말하는 목소리와 다르게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다 먹었어. 엄마 500원!"
"좀 가 있어."
하는데 동생이 또 달려온다.
"엄마 500원!"
은근히 화가 치민다. 아무리 애라지만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방금 지나간 선생님의 무관신한 지나침도 화를 더 보탠다.
"선생님 얘들 좀 어떻게 해주세요."
한바탕 정리 안 된 상황을 노출시킨 부끄러움에 학부형이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엄마 손님과 얘기하는 것도 안 보이니? 당장 나가! 다시는 들어오지 말어. 집에도 들어오지 말고."
큰 아이는 울먹인다. 모른 척 돌아선다.
화가 좀체 식지 않아 모른 척 하고 있는데 옆집에서 노는 소리가 들린다. 애들도 노기를 알아차렸는지 다시 오려는 생각은 않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산책로 쪽에서 겉옷도 안 입고 논다.
"옷도 안 입고 뭐 하는데?"
다시 소리가 커진다. 그리고 애처로움에 마음이 흔들린다.
저녁 늦도록 화를 못 삭이다 일을 끝내고 겨우 같이 저녁을 먹는데 또 500원 한다.
"오늘 그렇게 속을 섞이고 무슨 500원이냐?"
그래도 애처로움이 앞서 속마음으론 밥 다 먹고 나면 뭔가 해주려는 마음이다. 둘째에게 문구사에 풀 심부름을 시켜 돌아왔는데, 거스름돈을 안 준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거스름돈 없었니?"
하고 묻는데
"잃어버렸다"
하면서 슬쩍 주머니로 손이 간다.
결국 다섯 살짜리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고
"내일 캠프고 뭐고 이젠 집에서 나오지도 마."
실망감에 큰 소리가 난다. 빨리 돈을 안 준 후회와 함께.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다.
내일 있을 캠프의 준비물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설움이 복받친다. 임신 8개월의 몸이 더욱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저녁 10시 30분이라는 시간이 더욱 서러움을 부추긴다. 회식간 그의 부재는 더욱 허허로울 뿐이다.
집에 돌아와 짐을 챙기는데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문도 모르는 그는 괜히 벌서는 기분이다. 하지만 입을 띠고 싶지도 않은 기분이었다.
잠자리에 들면서야 그에게 모든 걸 얘기한다. 그는 연신 한숨을 쉬고 아이들을 조용히 나무란다. 다시 서러움에 눈물이 몰려온다. 아이들만은 바르게 잘 키우고 싶었는데, 마구 어긋나는 느낌에 셋이 될 아이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믿었던 아이였는 만큼 실망이 더 컸다. 사실 그럴 수 있는 나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위로가 안되었다. 아빠의 의도였는지 아이는
"엄마, 난 엄마가 제일 좋아."
하면서 달라붙는데
"엄만, 거짓말하는 아이는 싫어."
하며 한 번 더 쐐기를 박는다. 결국 아이는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고 그래 네가 뭘 아는 판단력이 있겠냐 싶어 보듬어 안는다.
가슴이 쓰리다. 아이와 같이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밤이었다. 우린 둘 다 한숨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사랑하는 내 소중한 아이들아! 바르게만 자라다오. 엄만 바라는게 그것밖엔 없단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