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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understand <칼럼에 올렸던 글인데 함께 음악 감상하고 싶어서요>


BY 청안애어 2002-01-28



♪ I understand    <칼럼에 올렸던 글인데 함께 음악 감상하고 싶어서요>

  지금 배경음악으로 들으시는 곡은,
  "G.Clefs의 I understand" 라는 팝송입니다.

  저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독자에게는 아주 익숙한 곡일테고,
  -어쩌면, 아련한 추억 한 자락 꺼집어 낼 수도 있구요.^^-
  신세대 독자에겐 조금 진부하거나 청승맞게 느껴지는 곡이기도 할겁니다.


  조금 전,
  낯선 칼럼 방을 몇 군데 순회하던 중, 이 곡을 들었습니다.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이렇게 시작되는 부드러운 멜로디에 한순간 맘을 빼앗겨 버린 채,
  타임머신을 타고 십 수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한의 PoPs? -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부드럽고 편안하고 마음을 젖게 만드는, 낯설지 않은 멜로디에 매료되어 
  한 동안 아무 생각없이 빠져 들었습니다. 

  처음 들은 팝송인데도 첫소절의 멜로디와 가사가 또렷이 기억에 남아,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이 소절을 계속 흥얼거려졌습니다.

  
  며칠 후, 집 근처에 있는 레코드가게에 가서 찾아 보았지만,
  수 많은 팝송 속에서 영어 짧은 내가 그 노래를 찾아 낸다는 건,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와 다름 아니었지요.

  그 팝송이 좋긴 했지만, 
  팝송 매니아도 아니었고 영어하고도 친하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그 노래를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언제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그 해, 어느 휴일이었나 봅니다.
  친구들과 광안리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니깐요.

  그 땐, 남천동과 광안리가 만나는 그 바다에 도로쪽으로 방파제가 
  제법 길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 며칠 전, 광안리에 가 보았더니 광안대교 공사가 한창이었고,
  남천동과 광안리를 잇는 방파제 옆으로 잘 닦인 도로가 나 있더군요.
  차량 출입도 통제를 하고 있었구요. 
  추억 한 자락이 잘려 나간 듯 서운한 맘이 들었습니다.  -

  그 방파제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습니다.

  비 내리는 날은 조금 한산하지만, 우산 쓴 연인들은 비와는 상관없이 붙어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방파제에 걸터 앉아서,
  노래하고 얘기나누는 연인이나 대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단짝 친구 두 명도 이 방파제를 무척 좋아했고 즐겨 찾았지요.

  우린 주로 방파제에 걸터앉아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우리의 18번인,

  '♬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이 노래를 시작으로 밤배, 모닥불, 얼굴...... 레파토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 곡이 끝나려하면, 세 명 중 한 명이 생각난 노래 첫소절을 연이어 불렀고,
  두 명도 함께 불렀기에...... 노래 부르며 1시간은 우습게 넘길 수 있었지요.


  그 날도 세 명이서 방파제에 앉아 이런 류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기타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박자를 맞추어 연주하는 소리였지요.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노래에도 기타반주가 곁들여져서
  우린 그 기타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모았습니다.

  우리와 꽤 거리를 두고 -10m 쯤 되었을까?- 오른 쪽 방파제 저 아래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우리에겐 관심도 없다는 듯, 
  뒤에서 우리가 내려다보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었습니다.

  우린 노래를 멈추고 사춘기 소녀의 호기심으로 괜히 키득거리고 있는데,
  그 사람이 고개를 돌려 멀뚱히 우릴 올려다 보더군요.

  나와 친구들은 마음이라도 맞춘 듯이 그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고,
  그 학생은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다시 고개를 되돌려 기타를 매만졌습니다.

  우린 그 사람이 괜히 마음에 걸려 더 이상 노래는 부르지 못하고,
  -모두 음치였던 이유로...... ^^* - 
  학교 얘기로 그냥 수다만 떨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 수다를 잠재우는 기타소리와 연이어 들려오는 노래소리.

  '♬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Your love for me ......'

  순간, 전 광안리 푸른 바다에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노래를 방파제에서 낯선 사람의 기타반주에 맞춰 들으리라고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그 대학생이 노래를 잘 불렀는지 못 불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 순간의 놀라웠고 기뻤던 마음은 아직도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습니다.


  그 후, 이 노래제목을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DJ의 멘트에서 들었고, 
  레코드가게에서 노래를 구해, 노트에 가사를 적어 놓고 달달 외웠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가사를 다 외우며 -그것도 영어가사를 ^^- 노래를 불렀는데,
  참 열심히, 틈나는대로 불렀습니다.

  그렇게 멜로디와 가사를 완벽하게^^ 익힌 노래는 몇 달 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되었지요.


  그 해 여름,
  선생님 몇 분과 선도부원들이 남해 상주해수욕장으로 캠핑을 갔습니다.

  캠핑 간 다음 날,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에 바닷가 백사장에 몰려 나와서,
  모래위에 퍼질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던 우리들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나의 차례가 돌아왔고, 
  난 유일하게 부를 수 있는 팝송, 평소에 열심히 불러 두었던 팝송,
  'I understand'를 나름대로 분위기있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노래 부르며 주위를 돌아보던 난, 
  너무 조용한 분위기, 의아한 시선으로 날 보는 선배들 앞에 당황했습니다.

  자아도취되어 열씸히 노래 부르는 날 보는 선배들의 시선은...... 뭐랄까?
  껄쩍찌근하고 떨떠름한 표정...... 

  '쟤가 이 여름 이 바닷가에서 저렇게 청승맞은 노래를 왜 부르나?'
  바로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

  그래도,
  나는 끝까지 꿋꿋하게 다 불렀습니다.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연습했던 노래인데......
  fan들의 반응에 민감해 할 이유가 없었지요.
  -이건 음치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청중 무시, 박자 무시......-

  그렇게 노래를 끝내고 마지못한 박수를 받았지만 저는 뿌듯했답니다.
  그 어려운 영어 가사 안 틀린게 어디고, 함시롱.^^


  오늘,
  우연히 이 노래를 접하고서 잠시나마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서도 없이 내 마음결 움직는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잠깐의 시간여행이었지만,
  광안리 바닷가의 그 방파제도 그립고,
  내 좋은 친구들도 그립고, 
  남해 상주해수욕장의 밤바다도 그립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때 그 시절 그 추억은,
  일상의 권태로움을 잊게 해 주는 소중한 보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2002. 1. 24. 추억 더듬느라 잠 못 이루는 淸顔愛語

I understand - G.clefs -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Your love for me might not be will It's over now but it was gr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If you ever change your mind come back to me And you will find me waiting here at your comm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I miss you so Please believe me when I tell you I just can't stand to see you go And you know If you ever change your mind come back to me And you will find me waiting here at your command I understand I understand *** I understand just how you feel Let bygones be bygones And always remember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 해석은 각자 하시옵길......^^*
♪ I understand    <칼럼에 올렸던 글인데 함께 음악 감상하고 싶어서요>

유리창을 닦으며 누군가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린다. 詩 문정희

♪ I understand    <칼럼에 올렸던 글인데 함께 음악 감상하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