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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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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향기... 그리고 흙냄새


BY 박명녀 2000-10-24

누렇게 익어가는벼 이삭에 떨어지는 노을빛은 엶은 주홍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 들판을 물들이고 있더니 어느덧 벌써 여기저기에는 바둑판이 눈에 띄고 그 열을 지키고 있는 수호천사 허수아비도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가을의 한낮의 풍경입니다.

이런 쓸쓸한 가을날에 사십을 바라보는 마음은 왜 이리 휭한 바람만이 파고들며 엄마와 함께 걸었던 흙냄새의 그길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여기저기 돌뿌리가 삐쭉삐쭉 돋아 나오고 웅덩이가 패인 꼬불꼬불의 시골길..
아침 일찍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행상에 나서는 엄마를 위해 전
학교에서 돌아와 방마다 군불을 지피고는 이내 한손에는 풍구 한손에서 등겨로 숙달된 기능공처럼 밥을 해서는 엄마의 밥을
식지 않게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묻어놓고 아버지와 동생들을
저녁상을 바주고는 엄마가 오실 동네 어귀로 마중을 나갑니다.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오지 않고 어둠만이 나의 곁으로
다가오면 왜 그리 무서움까지 따라오는지... 노래를 불러보아도 풀벨레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살갗에는 소름이
쫙 돋고 머리카락은 주빗주빗 서고 맙니다.
엄마는 어디길에서 나오시려나 이쪽일까 저쪽일까?
긴 사슴목이 되어 고개를 쭉 배서 잘 보이는 않는 곳을 향해 귀를 쫑끗 세우면 어디선가 희미한 발자국 소리와 인기척에 난
이네 엄마야 엄마지 하고 큰소리로 불러봅니다.

메아리가 답하듯 그래 엄마다 추운데 뭘 나왔어 하시며 다소
지친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왜 그리 콧등이 찡해오는지..
밤공기가 꽤나 차가운데도 엄마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습니다.

엄마의 봇짐을 수건으로 따리를 틀어 불안하게 받으면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못이기는 그냥 보따리를 저에게 건네 주시며 아휴하는 소리가 당신도 모르시게 터져 나옵니다.

전 어렸지만 그 외침을 압니다.
얼마나 참고 참았던 외침인줄을....

자식이 기다리면 힘이 난다고 하던가요.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어 시키지도 않는 말을 해댑니다.
엄마 군불도 지피고 밥도 다했고 빨래도 다 걷었다며 종알거리는 딸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보시는 엄마의 모습..

이제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된 내자신
엄마께로부터 받는 사랑을 되돌려 드리지도 못하고 자식에게 정성을 쏟는 사랑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요?

엄마와 걸었던 그 추억의 그길 엄마의 손을 잡고 봇짐을 나누어 이고 걸었던 흙냄새의 그길이 깊어져만 가는 밤이 그리워
집니다.

엄마..엄마.. 막연히 부르고 싶은 그리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