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조용한 집안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
뭐, 뭐야! 엉? 무슨 일이야? 이게 웬 소리야?
엎으려 책을 보다 잠깐 잠이 들었던 나는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후다닥, 초저녁잠에 떨어졌던 어머니까지 뒤숭숭한 속곳차림으로 허둥지둥, 또 제 방에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던 아들녀석은 그 정신에 야구방망이까지 움켜쥐고 경직된 표정으로, 각각의 방에서 일제히 뛰어나왔다.
그때,
아 앙~~~.나 안... 모 올 라 아...
화장실 문 앞에서 딸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어? 재가 왜 그래? 나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현관문을 정검했다. 그러나 현관은 굳게 닫힌 상태.
조금 안심이 된 나는 곧이어 딸아이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을 떼며
"너.....왜 그러는데, 응?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묻는데,
문제의 비명소리를 지른 사람이 다름 아닌 손녀딸아이라는 것, 그리고 별 문제도 없어 보이는지 어머니는,
"아이구, 얘, 재가 또 그 귀신인가 뭔가 하는 꿈을 꾼 게다. 에미 네가 데리고 자라." 하시며
물 한잔을 마시러 주방으로,
"에이, 난 또 도둑이 든 줄 알았잖아!"
하며, 할머니의 말에 저도 동조한다는 듯 냉장고 안을 뒤져 뭔가먹을 것을 찾아들고 제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딸아이는 일언반구 내 물음엔 아무런 대답도 않고 눈치만 살핀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나는
"왜.....무슨 일 있긴 있는 거니? ..말해봐....아,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보라니까! 응?"
"......."
" 너 정말 말 안할꺼야? 아니, 대체 무슨 일로 소릴 질렀는지 말을 해야 알 것 아니야?"
"실은, 저... 아빠가......"
"뭐? 아빠?"
그러고 보니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난 나는
"아빠가 왜?"
"........화장실...."
딸아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장실 문이 ?彗?열리며 남편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 당신??"
그러자 딸아이 다시 어쩔줄 몰라하며,
"아 아빠 미안해요. 난 불도 꺼있고, 안에 아무도 없는줄 알고 그만......"
딸아이가 연신 고개를 숙인 채 말끝을 잇지 못하자. 남편 역시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으으응 그 그게 저, 아, 네 덕분에 얼마나 내가 놀랬는지.... 아휴, 아니? 노크를 해야지 노크를...... 불쑥 그렇게...너도 놀랬겠지만.... "
뭔 말들을 주고받는 건지 둘 다 우물우물 입 속으로 말을 씹으며 방으로 들어가는데,
뭔가 머릿속에 번쩍 스치는 것이!
'혹시.....?/
나는 딸아이 방에 쫓아 들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 혹시 아빠 명상하는 모습 봤니?"
"명상?"
"응, 아빠는 뒤가 마려우면, 거 있잖니, 나도 지금껏 함께 살았어도 요 근래에 처음 발견,,,아니 알았는데, 거 왜 있잖니, 명상하는 것 말야. 아빠가 화장실에서 명상하는..모습...봤니?
"잉........몰라. 정말 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단 말야. 화장실 문을 열고 불을 켰는데......
아빠가, 아빠가 벌거벗고 변기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잖아.
힝,,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아이고, 이를 어째! (딸아이가 봤을까? 안 봤을까? 에고.....이를 어째 충격이 클텐데...)'
나 역시 사춘기 때 우연히 아버지의 무성한 숲 사이로 은밀한 것을 보고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기껏해야 벌거벗은 꼬마 아이들의 고추를 본 것이 다 였었던 그때 당시으이 내겐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할만큼 커다란... ) 아, 어쨌든 그 황당한 기억이 되살아난 나는 내 딸도 나 같으리라....하는 생각이 들어 내 딴에는 어떻게 그 충격을 덜어줄까하고 머리를 짜는데, 딸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며,
"아이, 몰라- 아빠 어떻게 봐.."
하고 하며 잉잉거린다.
'에구. 이것도 성장과정의 하나다' 하고 생각을 편하게 먹긴 했지만,
그 어느 날 내가 남편의 화장실 비밀을 알게 된 그날을 떠올리자 나는 또 것 잡을 수없이 킥킥 삐쳐 나오는 웃음을 쏟아내기 위해 화장실로 뛰어갔다.
' 허억!'
그 날 낮, 나 역시 딸아이가 한 것처럼 우연히 화장실 문을 열었었다.
항상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철칙인 남편인데 간혹 실수를 하는지 문을 잠그지 않았었나 보다.
몇 초? 아니면 몇 분인지는 모르지만, 그 짧은 순간 내가 목격한 것은,
홀딱 벗은, 아니 하나 걸친 것이 있긴 있었는데, 그것은 안경이었다. 안경을 코에 걸친 남편의 긴 허리가 구부정하게 휜 채 털복숭이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팔꿈치를 무릎에 받치고 턱을 손에 받친 모습으로 변기에 걸터앉아 있는대로 힘을 쓰느라 얼굴 근육이 비틀려져 있는.......
아, 그때 그 남편의 모습과 맞닥들인 내 표정 또한 기막힌 예술작품이었겠지만, 아무튼 나는 딸아이처럼 어떤 소리도 못냈는데,,,, 그저 속으로 갖가지 비명을 지르며 배꼽을 움켜잡고 한참을 뒹굴어야했는데....
한 술 더 떠 남편은 내가 본 그 폼으로 문이 벌컥 여리자 놀란나머지 딸아이 앞에서 벌떡 일어섰다고하니.....
쾌 지 나 칭 칭 나 네 에 ........
어쨌든, 그날 밤 내가 미처 못 지른 비명을 딸아이가 신나게 질러댔고....
우짜우짜...노..
남편은,
변를 보려고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면 입은 옷을 모두 벗고 무념무상- 일종의 도를 닦듯 나름대로의 명상에 몰입- 있는 힘을 다하여 몸 속의 불순함을 밖으로 배출하는 기분으로 일을 치룬 후,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샤워를 해야한다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웃기는 군..."
별나다는 듯 입을 삐쭉거리자 남편 왈,
".........니도 한 번 나처럼 해봐라 내 기분 알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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