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
온몸이 전율로 떤다.
얼른 꺼내려니 쟈크까지 달린 바지 주머니가 성가시게 군다.
다섯번의 진동을 놓치지 않으려고 난 항상 허겁지겁
휴대전화를 받는다.
남의 전화벨 소리가 가끔 내게 스트레스를 주기에
난 항상 실내에선 진동으로 바꿔놓고 있는 편이다.
"아들요!. 어디계세요?"
"화실, 왜?"
"저 돈좀 보내주세요, 아니 꿔주세요."
"벌써 다썼어? 월급때도 안됐는데?"
"친구가 급하대서 빌려 주었더니... 꼭 갚을께요!"
"계산 없이 그렇게 돈쓰면 못써! 알았어."
남은 먹물로 종이에 대나무잎을 붙여 넣는다.
아들놈의 "빨리요!" 라는 목소리가 귓전에서
붙어 다녀서 도저히 차분하게 앉아 그릴 수가 없다.
오후시간까지 편안하게 앉았다가 가려고 잔뜩 갈아논 먹물이,
이럴땐 줄지도 않는다.
통에다 흡입 시켜버린다.
붓에 남은 걸로 마지막 씩씩하게 하나씩 그려보곤 정리다
연습지와 붓을 정리하고 벼루를 제자리에 놓는다.
"주인의식을 가집시다."
벽에 붙어 있는 글귀에서 화실 선생님의 깔끔한 미소가
내려다보고 계셨다.
계단을 내려 오는데 젊은 엄마가 올라오며
"벌써 가세요?"한다.
"더 하다 가세요. 저 혼잔 심심한데..."
"급한일이 생겨서... 열심히 해요!"
마음이야 하루종일 화실에서 그림이나 그리며 있고 싶지.
날씨가 따뜻해 지기까진 자유스런 몸인것을.
아들의 호출이 아니다면야, 오늘은 늦도록 할 수 있는데...
영 아쉬움이 크면서도 어느새 몸은 은행앞에 도착해 있다.
아들이 취직 했다며 왜 돈은 부쳐 주냐고
친금감을 만들고자 직원이 말을 걸어온다.
이상하게 지어 보이는 내 미소의 의미를 그녀가 알리없다.
"너도 시집가서 자식 낳아봐!"
안녕히 가라는 그녀의 말끝에 소리없는 내 말을 매달아 놓고
나오면서 갑자기 아들들이 보고 싶어진다.
2주전에 내려 왔던 큰애의 깡마를 모습이
당장이라도 찬거리 챙겨서 서울가는 버스를 타고 싶게 한다.
가까운 곳에 취직을 했으면
내가 자주 가서 보살필수 있었을텐데.
여윈게 사랑 부족한 어미 탓만 같아서 가슴이 저리다.
그러게 지난 주에 간다고 할때 놔두지.
아들은 지난주말에 내가 간다고 했더니
걱정 하지 말라며 말렸었다.
밥 잘해 먹고 직장 잘 다니고 있으니
엄마나 몸 신경 쓰시고 편하게 집에서 쉬시라면서.
"돈 보냈어, 밥 꼭 해먹어"
문자 메세지 띄우는데 앞이 흐리다.
짝꿍 만들어 내 놓으면 내 이런 맘 줄어 들려나!
그렇다고 겨우 졸업하는 애를 결혼하랄 수도 없고,
가보지도 못하면서 맘만 시려하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한심해 진다.
돈 꿔 달라는 아이는 제인생의 길을 잘 가고 있는데
한심한 어미만, 꿔 준돈 안 보내면 돈 보내라는
마음 없는 소릴 또 하겠지.
그래도 꼭!
꿔준돈은 받아야 돼.
그래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