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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BY shinjak 2002-01-21

달리는 자동차의 행진을 내려다 보며
눈이 내리고 있는 거리를 보노라면
마음이 울적해 진다.
나를 좋아했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것만 같은 날이다.

그러나 조용하기만 한 날이다.
상념의 날개는
머언
아득히 머언
20 대초반 꽃다운 나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농촌 봉사활동을 갔다.그동네의 교장선생님의 댁
큰 기와집의 문간채에 방을 하나 얻었다.
가위 바위 보로 부엌에 나가 군불을 떼야 된다.
불행인지 내가 첫 당번이 되어 호롱불도 없는 부엌에서
나뭇잎을 아궁이에 밀어 넣고 불을 뗀다.
캄캄한 밤이 되어 아궁이 불은 활활 얼굴을 따갑게 비친다.
그 때.
왠 사람이 부엌으로 들어선다.키다 크다. 한복을 입었다.
누구세요? 네 이 집 막내 아들입니다. 방학을 해서 집에 왔는데
오후에눈이 쌓인 논길을 따라 아가씨들이 줄지어 오는것을 보았습니다.
네번 째에 오는 빨간 코트를 입고 오는 모습을 보았지요.
이것 시집과 곶감입니다.곶감 드시고, 시를 읽고 독후감을 말해 주세요.
흰 창호지에 둘둘 만 곶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준다.
일주일을 그 집에서 묵으면서 우리들은 산에 올라 캠파이어도 하면서
일정에 없는 황홀한 추억을 만들고 떠나 왔다.
마지막 오는 저녁상은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상차림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닭을 잡고
각종 과일
각종 김치종류와 톡 쏘는 동치미
각종 떡 종류
부침 종류
집에서 만든 과자 정과 유과
식혜 수정과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에
기절 할 뻔했다.
그는 나의 연하 국문과생
날마다 오는 큐피트 화살이 담긴 그의 시
답장이 없다고 뒷곁에 별채에서
그추운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투쟁을 한다는 편지
학교도 가지않고 우리학교 교문에서 2년을 기다리다 지친 그 학생
지금은 세월이 흘려 50대 후반이 되었다.
결혼도 하지않고 상사병에 정신이상이 되어
폐인이 되었다는 그 학생
나는 어찌해야 될까?
눈이 그쳤다.상념의 날개도 접힌다.
안타깝다.가슴이 시린다.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
키가 크고 나이가 연하라는 시시콜콜한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