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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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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먹는게 더 맛있다


BY pulsi12 2002-01-17

오늘도 학교 앞 작은 분식집은 학원 다녀오는
초등학생들로 북적댄다
말 이 분식집이지 그냥 떡뽁이,오뎅,닭꼬지,핫바,피카츄돈까스,
정도인데 시간대별로 4학년 쯤 되는 꼬마들이 우루루
몰려왔다가 가고 나면 5학년,그리고 6학년 순 이다
며칠전 몸살끼가 있어서 동네병원을 찾았다
가는 길목에 초등학교가 있고 학교 건너편에
분식점이 있었는데 평수라야 두어평 될까 한 작은 가게이고
가게 앞 유리창과 맞닿은 곳에 떡뽁이와 오뎅 박스를
내놓고 그 위에 핫바,닭꼬지,피카츄돈까스,를 놓고
파는 젊은 아줌마가 있길래
날씨도 춥고 해서 몸도 녹일겸 오뎅국물을 마시면서
떡오뎅 한 꼬치를 막 먹고 있는데 우루루 제법 몸피가
큰 녀석들 예닐곱명이 바람막이 비닐천막을 들추며 들어왔다
할수없이 내가 오뎅국물을 한컵 떠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간이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녀석들을 바라보며 떡오뎅을 먹고 있는데
대체 첨 보는 광경이라 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요 떡볶이 두개 주세요"
"나는 요 계란 하고 떡?쳄?주세요"
"저기요 나는 피카츄돈까스 겨자 소스 발라주세요"
"저기요 나는 닭꼬지 소스 듬뿍 발라 주세요"

한명도 아니고 거의 일곱명이 동시에 제각기
다른 주문들을 하니
아직 경험이 적었던듯 젊은 아줌마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가게 안 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자세히 녀석들을 살펴보니
젊은 아줌마가 닭꼬지를 전자렌지에 데우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얼른 떡뽁이 통 에서
떡뽁이를 주워 낼름 먹고는 순간적으로 입을 싹 닦고
서 있는거였다
한녀석이 그러는게 아니고
아줌마가 돈까스 양념바르느라 한 눈 파는 사이나
작은 접시에 떡뽁이에 들어있던 계란 하나와
떡뽁이를 뜨는 순간에도 돌아가며 하나씩
먹는 거였다
계산은 어떻게 하나 하고 흥미롭게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대충 어림으로 계산을 해도
한녀석이 200원짜리 라고 해도 1000원어치 이상을
줏어 먹었는데 두세개 는 빼고 모두 돈 계산을
하는 거였다
못본척 녀석들이 우루루 나간후
"도대체 저녀석들 ?p학년이예요"
아줌마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6학년이예요 아유 정신이 없어요 한꺼번에 ?p번씩 오거든요"
했다
내가 보기엔 요녀석들이 분명 재미가 든 모양이다
오락실 갔다가 또 오고
학원 쉬는 시간에도 우루루 몰려나와서
한개씩 사먹고 간다고도 했다
분명 녀석들은 계산하지 않고 몰래 주워먹는
재미에 흠뻑 빠져든 모양이었다
젊은 아줌마는 4학년들은 대체로 조용 조용한 편이고
5학년 부터는 좀 부산스럽고
6학년 쯤 되는 남학생들이 떼거지로 몰려들땐
토옹 정신을 못차린다고 했다
어린시절 누구나 다 그런 장난들 한번씩들
해본 경험이 있겠지만
내 어린시절에도 구멍가게 할아버지 눈속임하고
사탕 두어알씩 내먹던 재미하며
친구들과 모여서 우루루
"이건 얼마예요 저건 얼마예요"
온통 혼을 빼놓고 알사탕 하나씩 쥐고 나오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녀석들 그 재미를 왜 이해못하리
뒷날
병원가는 길 에
일부러 또 그 시간대에 오뎅국물 마시러 들어갔다
이젠 내 가슴마져 쿵쿵 떨려오고 작은 설렘마져 인다
녀석들의 비밀스런 장난을 오늘 나는 다 알고 볼것이고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른체 어제도 그제도 했던
눈속임 장난을 하려고 할것이다
잠시후 녀석들은 나타났고
어제 처럼 온통 주문하느라 법석을 떨더니
아예 떡뽁이 통 곁에서 빠른 솜씨로 한개 먹었는가 싶어면
두개째 들어가고 한참 자랄 녀석들이니
작은 떡뽁이 하나가 양에 차지도 않겠지만
먹성들이 퍽 좋아보였다
슬그머니 유리문을 열고 내가 나가서

"아줌마 접시에 담는건 내가 해볼께요 애들 먹는거나 봐 주시지요"
하며
접시를 손에들고 계란도 담고 돈까스에 겨자소스도
뿌려주고 했더니
아줌마는 떡뽁이 통에 서서 정확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당황한 표정들이 역력하더니
"오늘은 많이 못먹겠다 아까 점심을 먹었더니"
덩치 큰 녀석이 말하고 돌아서자
하나 둘 전부 나갔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줌마 애들 상대로 장사하니 안 늙겠어요 재미도 있겠구요"
했더니
"이상하네요 돈 은 어제랑 똑 같는데
?떻횬隔?많이 남은것 같에요"

"아무래도 애들이 꼬지랑 계란을 많이 먹은 모양이네요"

많이파세요 란 말을 남기고 돌아오면서
내일이 또 궁금했다
며칠 치료를 해야할 감기라서
뒷날 또 그 시간대에 갔는데
녀석들이 유리문 안 에 내가 있으니
비닐천막 밖에서 기웃거리더니
머뭇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단골손님들을 내쳐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가 남의 영업집에 손실을 줄까봐
그냥 유리문을 밀고 나왓다
그리고 천막밖에서 기웃거리는 녀석중
제일 큰 녀석에게 어깨를 툭 치며

" 요녀석들 적당히 줏어먹어 아줌마 장사 문닫게 할거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
녀석은 머리를 두어번 긁적이더니 겸연쩍게 씩 웃었다

"춥다 들어가서 국물 먹어라"

저 아이들도 내 나이가 되면
이런날을 생각하며 지들끼리 추억이라고 얘기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