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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83) *글을 쓴다는 건...*


BY 쟈스민 2002-01-15

처음엔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 똑같은 일, 똑같은 사물을 바라다 보는 시선이 저렇게 다를 수 있구나 ...

삶을 바라다 보는 다양한 시선이 참 곱게 여겨져서
저마다의 비슷한듯 하면서도 잘 보면 다른듯 여겨지는 그런 타인들의 삶이 참 귀해 보여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귀를 쫑깃 세우며 바짝 다가앉게 되었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우물가에 드리워진 내 모습을 빤히 들여다 보는 그런 마음 갖고서
처음으로 글이란 걸 쓰게 되었지요.

부끄러워서 정말이지 들키고 싶지 않은
어쩌면 그것은 내 삶속에 혼자만이 알고 싶은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고서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

마지막까지 스스로에게 솔직하여야 할 거라고 ...
주술을 걸듯 늘 그렇게 나즈막히 속삭였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어줍은 그 글에 따스한 마음을 실어
부족한 나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직은 상처가 남은 아픈 마음에 커다란 위안이 되어 주고
때론 박수까지 ...

그땐 정말이지 참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활속엔 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리듬이 되살아 났고,
모든일이 흥미로웠고,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살고저
하루 하루를 곱게 빚어내는 장인의 마음으로 살았던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
퍼내어도 퍼내어도 한없이 솟아나는 샘물같은
그런 글이 되어지기를 바랬는데 ...
어느날인가부터 자꾸만 고갈되어가는 그런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스스로가 점점 작아져서 나중엔 불면 날아가 버릴듯한 공기의 가벼움처럼 그리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를 찾아나서는 일이 아닐런지요?

남들의 눈에 보여지는 내가 전부가 아닐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조금은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은 아닐런지요?

그런데 오늘 그녀는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이유도 없는 우울에 사로잡혀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안개속을 헤메이다가 이제야 이렇게 앉아 있습니다.

그 우울의 정체를 그녀는 아직 다 알지는 못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때때로 다른 이의 가슴속에 내가 들어가 그 속에 흐르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 받기도 하는 듯 합니다.

상처 입은 영혼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치유의 놀라운 힘까지도 갖고 있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들 모두는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자신과 대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을런지요?

글이라는 건
그렇게 마음으로만 나눈 대화들이 글자로 만들어져 그 속에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낸 그릇일 거라 느껴집니다.

그렇게도 많이 좋은 걸 내게 안겨다 주고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이즈음엔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걸
어느 선배님의 말씀처럼 실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쓰러지긴 싫을 것 같습니다.

기운이 필요하다면 기운을 불어 넣을 것이며,
생각이 필요하다면 더 많이 생각할 것이며,
솔직함이 더 많이 요구된다면 기꺼이 그리할 것입니다.

오늘 그녀의 우울에선 약간 씁쓸한 미소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싶어서도 아닌
가장 그녀다운 본연의 모습으로 남고 싶어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그녀 마음속의 거울에 자신을 꾸밈없이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작은 용기 내어 다시 걸으렵니다.

길가다 마주친 우연이 인연이 되기도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처럼
글을 쓴다는 것과의 소중한 인연을 앞으로도 계속 키우며 사는
그런 사람 되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