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남편은 참 다정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처음만날짜며
처음만난날 내가 입었던 옷이며
결혼기념일등
뭐 그런것을 잊지도 않고 잘 기억하니....
반면에 난 잘 잊어먹지요.
처음 만난날 신랑이 무슨옷을 입었는지
전혀기억이 나지 않고
각종 기념일은 그날이 넘어가고 난후거나
아니면 신랑이 말을 해주어야 압니다.
이유는 "사는 것이 너무 바빠서입니다."
어제는 우리부부결혼한지
9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 결혼기념일만큼은 절대로 기억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날을 기억하고
신랑이 세워놓은 이벤트에 마음이 들떠있으면
제가 꼭 그 이벤트를 망쳐놓기 때문입니다.
결혼 2주년 당일날에는 아침부터 배가 슬슬
아프더니 급기야는 오후5시경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맹장(요새는 충수돌기염)이었고 복막염으로
곧 진전이 된다하여 바로 응급수술
들어가서.........
결혼기념일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한 2년은 그날을 지나고야
신랑이 기억하여 별일이 없었습니다.
참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은 결혼 5주년인가 6주년인가입니다.
퇴근후 외식하자고 신랑이 전화를 했습니다.
전 신랑이 전화할때까지 그날이 결혼기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우리가 결혼할때가 겨울중에서도 아주 추운때라
그날도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애를 데리러 갈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버스앞의 자가용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버스중간쯤에 있던
저는 운전석옆의 버스 동전통까지
한순간에 날라가 버렸습니다.
그날도 바로 응급실에 실려가서
찢어진 머리를 8바늘이나 꿰메었습니다.
저랑 신랑이 처음 만난날(그때는 가을입니다)에는
절대 그런일이 안 일어나는데
꼭 결혼기념일마다 병원신세를 지니.....
그러니 결혼9주년인 어제도 제마음이 편안 하겠습니까?
어제도 하루종일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요새 제가 감기에 걸려 있어서
그걸로 액땜이 되었겠지 하고
나에게 스스로 안심을 시켰습니다.
남편은 어제은 시외로 나가자고 하더군요.
겨울들판도 보고 아직녹지 않는
산자락의 눈들도 보자고요.
그래서 전 남편보다 퇴근을 조금 일찍하여
애들을 준비시키고 저도 화장도 다시 손보고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즈음 신랑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5분후 도착하니 준비다 되었냐고.
전화받고 있는데
안방에서 16개월된 둘째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상에 !!!
방바닥에서 미끄러지면서 지 아빠의 바둑판에
턱을 찌어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찢어진데가 벌어져
꿰메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결혼9주년도 병원응급실에서
둘째 턱 5바늘이나 꿰멜동안 신랑은 아기 팔잡고
전 머리잡고 있었습니다. 큰애는 옆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고...
신랑은 벌써부터 내년은 10주년이니
해외여행이나 하자고 하면서
따로 적금을 들자고 합니다.
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속으로는 제발 신랑이 그날을 잊어먹기 바라면서............
앞으로는 결혼기념일은 절대로 안챙기고
그냥 처녀 총각으로 처음 만난날이나
기념하며 살자고 해야겠습니다.
그깟 결혼기념일보다 제발 우리가족
병원에나 안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