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눈발이 날리더니
심란하여 혼이 빠진 것 같은데
전화벨이 울리고
아침부터 남편은 초상집 치우러 갔습니다.
좁은 빌라였고,
시신이 옮겨져야 하니
오전의 일만 대충 보고
남편은 초상집 방에 있는 물건들을 한방으로
죄다 옮겼답니다.
밤 9시에 가게문을 닫고 가니 시신은 도착하지 않았고
집에 들어가 늦은 밥을 먹는데 소화가 되지 않았다.
날씨는 춥고, 집이 넓은 것도 아니고, 도와줄 손도
넉넉하지 않으니, 걱정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이른 넷이 되니, 남일 같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그릇이며 소쿠리를 가져다 나르고
빌라 지하의 수도 시설을 정검하고
그릇을 올린 곳과 반찬을 담을 곳을 정하고
자리부터 만들었습니다.
상포사에서 가져온 그릇들을 씻으니
어느 정도 준비는 된 것 같았습니다.
음식이 문제였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모시려면
일단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넘 늦게 도착하여
장을 보지 못했기에 김치찌게를 하였습니다.
새벽에 장을 봐야 할 것같습니다.
종이에 국과 떡 그리고 반찬 3종류, 마른 오징어와 땅콩
목록을 적고 있었습니다.
-내일 새벽에 와서 시장을 보면 어때?
갑자기 그런말을 들이니 당황했습니다.
남편도 매달려 있는데 나까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게를 지켜야 해서요, 어쩌죠?
(나보다 울 남편이 낳은데,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남편이 훨 일머리 잘아는데...)
새벽 1시 반에 집에 들어서니 새벽 장을 본다는
남편이 걱정되었습니다.
휴대폰을 걸어
-새벽에 시장 가려면 눈이라도 약간 붙여야지?
-알아서 할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들어온 시간이
새벽 4시였습니다.
한시간 반을 자고, 5시 30분에 자명종이 울렸고
잠결에 남편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남편이 벌떡 앉아 있는 나에게 더 자, 그러면서 나갔습니다. ㅡ.ㅡ^)
장을 보고, 이곳저것에서 물품을 구입해서 나르고 있을 남편
일에 살고 일에 죽는
일이 취미고
일이 낙인
어쩔 수 없는 일 중독자인거 같습니다.
고생하는 남편에게 무슨 말이라고 하고 싶지만
일요일에 제사고
쉴 사이 없이 터지는 일들에
난감하지만
날씨만이라도 풀려
고인 묻어드리는데 수월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햇볕이 나네요, 그래도 다행인걸요.
대청호 안쪽 산에 가려면 도로도 걱정이라서.
남편은
떡집 전화 번호를 잘 알고 있는
타올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
사람 알선은 어디서 하는지
새벽 장보며 오는 길에
철물점에 장갑 챙기고
김치 공장서 김치사고
줄줄이 전화번호 꿰고 사는, 그런 사람
농협공제에 들었다 했더니
농협조합원이 된,
살아 있는 어머니
나 죽어 병원 싫다,
집에서 치러 달라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품앗이하는 그런 사람
우왕좌왕(右往左往) 정신 없어도
일머리 알아 챙기는
일당백(一當百)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