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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의 수채화


BY bibianle 2001-02-28

비가 온다 바람과 함께...

이른새벽 호수가에 어려있는 기분좋은 물안개가 아닌
칙칙한 스모그성 안개로 하루종일 찌푸려 있더니
기여코 쏟아져 내린다...

커피 한잔과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다 못해
밖으로 나가 모래 사장을 향해섰다.

비가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리는 통에 잠바에 달린
모자를 올려세우고 바다를 보고 있는 나!

류시화님의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이 생각나는건
모래사장을 밟고 있기 때문인가...

맘속에 흰도화지를 펼치고 바다를 그려본다.
눈물에 씻겨 바다색이 바다색이 아니고 얼룩만 남았다.

하늘을 그려본다.
구름을 그려본다...
바람에 다 날려가고 도화지엔 아무것도 없다.

내얼굴을 그려넣고 당신 얼굴도 그려넣고...
정성들여 채색을 하건만 빗물이 모두 형태를 다 지우고
도화지 위엔 얼룩만 가득하다.

그래도 또다시 내일의 꿈과 희망을 그려 보지만
눈물과 비와 바람에 모두 씻겨져 내리고
내 도화지엔 얼룩만 가득하다....

비오는날은 비를 물감삼아 그리고 싶지만
이렇게 오늘도 얼룩진 도화지를 가지고 돌아온다....

나는 바보스럽고 미련한 화가임에 틀림이 없다.

비오는날 수채화를 그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