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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11

운제 또 낚시 갈끼고?


BY pulsi12 2002-01-04

"와이리 춥노 와 날씨 한번 쥑이네"

휴일 낮 만 되면 새벽 댓바람 부터 낚시터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집 댓빵 이 저녁무렵
시커먼 봉지를 달랑거리며 들어온다

"뭣 좀 잡았나 칼도 갈아놓고 초장도 해놨는데"

막 쌀을 씻어 압력솥에 넣고 가스불을 켜다가
힐긋 시커먼봉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따 추운데서 얼다 온 사람 걱정은 안하고 묵는것 부터 챙기나"

큰 눈을 한번 뎅구르르 굴리며 시커먼 비닐봉지를
씽크대에 툭 던진다

파다닥 파다닥

눈 멀어 잡혀온 고기들이 봉지속에서 난리가 났다

"제법 잡은 모양이네 배 삯이나 되는가 좀 보자"

시커먼 봉지속엔 자잘한 숭어새끼랑 도다리 새끼도 있고
볼락어 새끼 도 들었다
비늘 치고 얍게 썰면 한 접시는 족히 되지 싶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바깥으로 새 나올새라
도마를 펼쳐놓고 칼로 부지런히 비늘을 치고
내장을 빼고 포를 뜨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잔챙이라 마구 썰기 시작했다
하도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늘 차 트렁크속엔
?p일 원도 낚시를 가도 좋을 만한 채비가
준비되어있고 낚시옷도 내 눈치와 지청구를 받아가며
이미 삼사년 전 에 최고품으로 장만해서 지니고 다니기에
아무리 추워도 바람 걱정 눈,비, 걱정 따윈 않는다고 했다
여가 만 생기면 낚시가방 메고 훌쩍 잘 다니는 터라
쏠쏠하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싱싱한 자연산 회 를
제법 맛보기도 하는데
남들은 왜 안따라 가느냐고 하지만
처음엔 멋모르고 나도 애들 데리고 가까운 방파제 낚시엔
김밥도 싸고 음료수도 챙기고 해서 따라 다녔지만
인내심이 부족한 탓 인지 마냥 하세월 바닷물에 담긴
찌 만 바라본다는 것 이 간단치가 않았다
간간이 고기가 물려 올라올땐 재미가 있지만
어디 그게 장마다 흰고무신이던가
하도 심심해 하니
"아나 니 도 한번 해봐라"
하면서 장대를 하나 미끼 달아 주기에 해봤지만
번번히 고기 입질에 헛탕만 치고
미끼만 떼이고 이러다 보니 자꾸 미끼 달아주라고
귀찮게 구니 아예 하지마라고 해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참말이지 낚시꾼 들은 은근과 끈기 가 없으면
참 낚시꾼이 못되지 싶었다
그래서 평상시 성질이 니가 급하네 내가 급하네
서로 아옹다옹 싸우다가도
낚시터에서의 그 지독한 인내심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내 쪽이
더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 없다고 결론을 지을수 밖엔...
우쨋든지간에
비늘 싹 긁어 마른행주로 닦아 얍게 저민 회 는
한 접시 되었고 매실주에 풋고추,생마늘,양파,고추냉이,
곁들여 입에 넣어 씹어보니
자연산이라 그런지 더 꼬실 꼬실 차진 맛과
향이 어우러져 얼마나 달콤한지
회 를 앞에두고 있으면 옆사람이 먹는지 마는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나 인지라
마침 옆에 누가 앉았는지 누가 같이 먹는지 조차
둘러볼 사이도 없이 아그작 아그작 맛나게 쌈해서
먹고있는데 갑자기

"봐라 봐라 니 시방 남은 바깥 잠 자며 추운데서 벌벌 떨고
잡아다 주이 묵어봐란 소리도 안하고 혼자서 그래 묵고있나
참말로 인정하고는 쯧"

남편이 한 손에 소주잔을 들고 앉으면서 툴툴거린다
볼이 메어져라 한 입 빼물고 힐긋 돌아보니
얼마나 민망스럽던지

"그기 아이고 맛있능가 한번 찍어 묵어봤다 아이가"

"에그그 입에 것 좀 삼키고 말해라 맛 보는기 아예 주저앉아서
그렇게 아구야 하고 묵는기가 "

쪼매 할 말이 없었지만 급하게 삼키느라 눈 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묵을때는 개 도 안건드린다는데 고마 어서 잡수소 마"
암만 생각해도 미안시럽아서
쌩긋 웃으며 젓가락으로 쌈 을 싸서 입가까이 대 주니

"봐라 웃을라거든 거울이나 좀 보거라 이층에 퍼런 커텐이 달렸네"

망신살
아무리 오래살아도 이런건 보여주기 싫은 모습인데
쌈 싸서 들고 있던 것을 접시위에 던져놓고
거울앞에 달려가니 허겁지겁 먹느라고 초장방울은
입주위에 점점이 꽃이 피었고
이 사이 사이 쌍추,깻잎,조각 들
내가 봐도 이건 넘 심했다 싶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제 주던것은 마저 주고가야지 던질건 뭐꼬"

남편의 빈정거림이 뒤통수에 척 들어붙는다

그러기나 말기나 대충 물로 한번 헹구어 내고
다시 상 앞에 앉았다

생선회~~~~~~~
자다가도 벌떡 나를 일어나게 하는 회 접시 앞에두고
좀 자존심 무너진들 대수랴

"운제 또 낚시 갈끼고"

뜬금없는 내 말에 기가 찬 남편

" 허 허 허 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