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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시절은...


BY 언제나 2001-02-27

남들은 얘기한다 나 어릴땐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어린시절의 얘기를 할라치면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돈다
즐거움에 사로잡혀 추억을 더듬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아련한 추억을 먹으며 사람들은 그 시절로 돌아간다
그러나 난 아니다 나에겐 추억이란 그저 어두움뿐이다
어릴때의 기억은 난 되도록이면 하지않는다
아니 떠오르지도 떠올릴것도 없다
굳이 떠올려봐야 아픔뿐이므로...
나 어릴때..나 어릴때...
가끔 난 생각한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가를..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난다
고향이 농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린날의 추억이 없다는건 나이가 들수록 정말 불행한일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사니깐 말이다
그런면에서 난 어쩌면 정말불행한 사람일수도 있다
기억할래도 기억할수도 없는 아니 기억하기도 싫은 까닭에...
난 요즘도 남자들을 겁낸다 특히 술먹은 남자들을....
다아 어린날의 어두움때문이다
아버지는 나 초등학교 저학년때 돌아가셨다
엄마가 힘들게 행상하시며 자식들을 거두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얘기한다 어쩌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게
더 잘된건지도 모르겠다고...
자식들을 보나 엄마를 보나 더 잘된건지도 모르겠다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이해할수 없는 말인데..
그랬다 나의 아버지는....어쩌면 남들이 얘기하듯 일찍 돌아가신게
잘된일일수 있는 그런 분이였다 언제나...
그래서 내 어릴때의 기억은 단지 하나 두려움뿐...
언제나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있었다
차라리 술에 취한 상태 그대로만 생활했어도 좋았을걸...
언제나 취한 상태에 언제나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셨다
난 언제나 어두움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렇다 나의 기억은....한쪽 모퉁이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마리 새 같은... 그런 어두움 뿐이다 나의 어린시절은....
나의 나이 벌써 중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직도 그 때의 그 어두움과 그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항상 당당하지 못하다 남 앞에서...
특히나 남편앞에선.. 뭐든 내가 잘못한것 같고..
날씨 탓일까 ...기분이 우울하다
쉽게 드러내 놓고 싶지않은 나의 치부를 오늘만큼은 털어놓고싶다
이 시간까지 언제나 털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것을..
오빠도 그랬다 난 그러지 않을거라든 오빠도 완전 아버지의 판박이였다 한창 예민하든 사춘기 시절에 난 가출도 했었다
그러나 언제나 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엄마때문에 결국돌아갔지만...
나에겐 유년의 얘기를 듣는게 제일 괴롭다
내 삶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기때문이다 그때의 모든것이 얼마나 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것을 잘 알기때문에 난 남편과싸우는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어쩌면 난 남편앞에서 쩔쩔매는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난 탈피하고싶다 ..어린날의 어두움으로부터....
언제까지나 이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할건지..
생각하면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쉽지가 않다
나 자신 언제나 당당한 나로 돌아올수 있을런지..
좋은추억을 간직한채 행복에 젖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받고 자란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지금 내 아이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다
가정이란게 뭔지도 알것같다
행복이란게 멀리 있는것도 아닌데...나를 바꿔야 겠다
아직 남편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이렇게나마 털어 놓으니 훨씬 홀가분하다 ..정말로..
오늘부터라도 마음 정리를 확실히 해야겠다
아무리 부정할려고 해도 지울수 없는 내 유년은 그대로 두고서...
지금부터라도 즐거운 추억을 심어야겠다
더 나이들어 뒤돌아보았을때 웃으면서 추억을 더듬을수 있도록...
눈물이 흐른다... 어떤 연유인지 모를 눈물이...자꾸자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