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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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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임의 행복


BY 작은난초 2000-10-20

어제는 시골친정쪽에 일이 있다는 신랑을 따라 나섰다.

벼를 벤다는 엄마에게 급하게 점심을 얻어먹고 ( 이제 막 알맞

게 여물은 호박과 밭에서 힘들게 거두었을 깨와 배와 팥등을 바

리바리 싸주신다.)볼일을 보러 나섰다.

햇볕에 그을러 저번에 뵈었을때보다 더 늙어 보이는 엄마의 모습

에 가슴 한켠이 샤하니 아파온다.

남편이 일을 볼동안 차안에서 5개월짜리 딸애의 젖을 빨리자니

꿀덕꿀덕 젖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 풍요로워 엄마의 모습은 멀어

지고 잠시 행복해 진다.

5일장이선 장엘 들어가 쭈꾸미와 전어를 샀다.

작은 바닷가가 인접인지라 산지의 전어는 무지 쌌다.

오천원어치가 한보따리다.

집엘와 같은아파트에 사는 식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시집의 4남매의 형제들은 모두 한 아파트단지에 사는데 큰시숙

네가 얼마전 이사를 가 나머지 식구들과 큰시누의 시누까지 모이

니 23평아파트가 북적북적하다.

엄마가 준 호박으로 쭈꾸미무침을 하고 파란빛이 감도는 싱싱한

전어를 손질해 회를 만들었다.

님들은 가을전어의 맛을 아시는지.

가시많은 이 생선을 어렸을때는 그리도 싫어했지만 무우 채 썰어

넣고 고추장듬뿍넣고 식초넣고 새콤달콤하게 회를 해먹으면 얼마

나 맛있는지.

햅쌀로 한 밥에 큰 그릇들을 앞에두고 전어회로 밥을 비비니 정

말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이런맛은 신랑각시 둘이만 먹으면 절대 안난다.

이렇게 여러사람북적북적 소리지르며 먹어야 맛이지.

누군가 `소주`를 외친다. 우리 시어머니까지 큰아들이 참석

안해 속으로 좀 찜찜하시겠지만 ( 큰시숙이 우리내외에게 좀 삐

지셔서) 소주를 드시며 모처럼 유쾌해 하신다.

음식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고추장 빨갛게 입가에 묻힌

체로 소주를 한잔씩하고나니 모두 풍요로운 기분이 된다.

이런맛에 우리어머님 큰평수로 이사가신 큰집에서 오시라는데도

안가시고 우리랑 사신대지.

그러면 누구만 고생하게요?

그래도 이런맛에 우리의 주부들이 행복한것 아닌가요?

내가 만든 음식에 모두들 행복해 하는 모습에.......